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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엔 초콜릿 주고, 아버지엔 학살 자행 '두 얼굴의 믈라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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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엔 초콜릿 주고, 아버지엔 학살 자행 '두 얼굴의 믈라디치'

입력
2011.06.01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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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7월 11일 저녁 보스니아 내전 당시 스레브니차에서 8,000여명의 이슬람 성인 남성과 소년의 목숨을 앗아간 학살극이 시작되기 수시간 전. 라트코 믈라디치 당시 세르비아계 군사령관이 한 이슬람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고 초콜릿을 나눠주는 동영상이 TV를 통해 방영됐다. 곧 비피린내 나는 학살이 자행된 후 이 영상은 믈라디치의 가식적 자선을 보여주는 증거로 세계인으로부터 혐오감을 불러일으켰다.

1일(현지시간) AP통신은 16년 만에 영상 속 주인공인 이주딘 알리치(24)를 찾아내 보도했다. 알리치는 "믈라디치로부터 초콜릿을 받기 위해 다른 아이들과 함께 나갔다"며 "두렵진 않았다. 오직 초콜릿에만 관심이 있었다"며 당시를 생생히 기억했다. 알리치가 초콜릿을 먹는 동안 그의 아버지 사제트는 근처 숲에서 믈라디치의 군대에 의해 살해됐다. 사제트를 비롯한 1만5,000명의 스레브니차 마을 사람들이 산과 지뢰밭을 넘어 도망쳤지만 붙들린 것. 알리치는 "아버지의 시신을 수년 전 공동묘지에서 찾았다"고 말했다.

이렇듯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믈라디치(69)는 16년만인 3일 오전 10시 심판대에 선다. 최근 세르비아에서 체포된 그는 지난달 31일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가 있는 네덜란드 수도 헤이그로 송환돼, 인근 셰베닝겐의 구유고내전 전범수용시설 독방에 감금됐다. 이곳에는 앞서 2008년 체포된 보스니아 전범 용의자 라도반 카라지치도 구금돼있다. 세르게 브라메르츠 수석검사는 "카라지치 사건과 동시에 진행하기 위해 카라지치 공소장을 참고해 믈라디치의 죄목을 15개에서 11개로 압축했다"고 밝혔다.

믈라디치의 주요 혐의는 1992~1995년 보스니아 내전 동안 '더 위대한 세르비아'를 이루기 위해 무슬림을 영원히 제거해야 한다며 저지른 대학살과 비인도적 범죄, 중대한 전쟁법규 위반 등이다. 위의 스레브니차 대학살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집단학살로 꼽힌다. 유엔은 이 마을을 민간인 보호구역으로 정하고 네덜란드 군인 400명이 2만여명의 민간인을 지켰지만 믈라디치 군은 10대부터 노인까지 남성을 걸러내 6일에 걸쳐 암매장하고 총살시켰다. 이밖에 1992년 5월부터 44개월간 수도 사라예보를 포위해 1만명을 학살하고, 1995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사라예보 폭격에 대해 유엔평화유지군 200여명을 인간방패로 이용한 혐의도 포함돼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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