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는 저의 또 다른 고향입니다. 30년이 지나도 이곳 인심은 변하질 않네요."
31년 동안 KBS 노래경연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을 이끌어온 국민 MC 송해(84)가 17일 일일 파출소장으로 변신했다. 이날 오후 그는 무궁화 두 개(경감)가 달린 경찰복에 모자를 갖추고 서울 종로 2가 파출소로 출근했다. 종로 2가 파출소 관할인 낙원동은 그가 30여년 전 서울에 처음 둥지를 튼 곳. 현재 그가 운영하는 한국원로연예인상록회(60세 이상의 원로 연예인들의 모임) 사무실도 이곳에 있다.
행사를 앞두고 그는 "고생하는 경찰관의 노고를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일일 파출소장에 임하는 포부를 밝혔다. "경찰관은 다급하면 가장 먼저 찾는 존재이면서도 평소에는 그만큼 존중 받지 못하는 게 아쉽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종로와의 인연을 소개했다. "이북에서 태어났지만 1970년대 말, 새마을운동이 한창일 때 서울 물이 먹고 싶어 처음 종로를 찾았어요. 교통도 좋고 사람이 모이는 곳이니까요." 그는 "이곳에서 활동하던 연예인이 참 많다"면서 "전국 팔도 다녀봐도 종로 인심이 절대 빠지지 않는다. 1,500원짜리 국밥으로 한나절 든든할 수 있는 곳이 흔한가"라고 되물었다. 다만 "지금 사무실이 20년이 넘었는데, 집세 올려달라는 말에 죽겠다"며 크게 웃었다.
또 그는 경찰과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방송 드라마 '수사반장'의 모델이었던 최중락 전 총경(현 삼성 에스원 고문)과의 교류는 익히 알려진 부분이다. 그는 "최중락씨가 수사를 나갈 때 따라간 적도 있다"며 "경찰관의 경험이 지식보다 더 명쾌하다는 것을 그를 통해 체험했다"고 말했다.
명예 경찰이 된 것도 처음이 아니라고 했다. 40여년 전, 서울경찰청 주재로 최불암, 최희준 등과 함께 명예 경찰서장(당시 경위)으로 위촉된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40여년 만에 진급한 셈인데, 너무 늦게 달아준 것 아니냐"며 우스갯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이날 그는 탑골공원을 시작으로 돈의동 쪽방촌, 인사동 거리 등을 순찰했다. 탑골공원에서는 악수를 청하는 노년층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어렵고 힘든 분도 계시겠지만 민족의 정신이 깃든 탑골공원을 지키는 여러분은 모두 애국자이며 멋쟁이"라고 화답했다. "나의 오빠부대는 세 살부터 103세까지 세대가 다양하다"는 그의 말마따나 귀금속 상가, 쪽방촌, 낙원동 떡집거리 등을 지날 때마다 그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환영을 받았다.
4시간여 동안 파출소장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 뒤 그는 "평소 종로에서 취객이나 노숙자들을 보면서 경찰의 어려움을 생각했다"며 "시민이 이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질서를 잘 지켜주었으면 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또 "인근 상인들과 함께 악기상가와 떡집거리 등 흥취가 살아있는 종로 거리를 정비하는 데 힘쓰는 중인데, 경찰도 동참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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