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무용단이 규정 외 채용을 하는 등 상주단원 없는 신작 프로젝트 무용단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국립현대무용단에 따르면 지난해 예술감독의 개인 무용단 일을 함께 하던 A씨를 미술감독으로 채용해 지난해 10월~올 1월 1,000여만원, 올 4월~8월 1,000여만원을 각각 지급했으며 서울 예술의전당 연습동 지하1층에 별도 공간까지 제공했다. 이는 국립현대무용단 규정집의 무대미술 지급액 상한선(건당 400만원)을 250% 초과한 것이다. 재단법인인 국립현대무용단에는 이사장조차 별도의 사무 공간이 없다.
또 예술감독이 운영하던 개인 무용단 단원 2명을 비서 등 제작단원으로 채용했다.
무용단 사유화의 전초는 낯뜨거운 창단공연에서도 나타났다. 무용단은 1월 29, 30일 1회 정기공연에서 예술감독 개인의 지난 작품 8개를 모아 선보였는데 제작ㆍ홍보ㆍ인건비 등으로 7억4,000만원을 썼다. 이 공연 오디션에는 예술감독이 운영하던 개인 무용단 단원이 다수 합격했다. 1회 공연을 한 10여명이 무용단 인턴단원(총 20여명)으로 돼 있는 것도 상주단원 없는 프로젝트 무용단 취지와 상반된다.
그렇다고 무용단이 다른 안무가의 작품을 들여와 레퍼토리화하는 데 적극적인 것도 아니다. 무용단은 3월 안무가 베이스캠프에 선발된 안무가 6명에게 1인당 제작비 1,500만원(안무비 1,000만원 별도)을 지급해 예술감독의 공연 예산과 큰 차이를 보였다. 여기에는 이 예술감독 세대나 선배 안무가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 예술감독은 지난해 프랑스 현대무용가인 피에르 리갈의 초청공연 추진 막바지 단계에서 "그 프로젝트가 메인으로 보이고 국내 무용수들이 세컨드로 보인다"며 "내 임기 이후에 추진하라"고 무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현대무용단의 국고지원은 지난해(반년) 17억5,900만원, 올해 23억5,800만원에 달했다. 이 무용단 예술감독은 한국 현대무용 초창기인 1980년대 대학 섬유공학과를 다니다 춤을 추기 시작해 2년 만에 무용콩쿠르 대상을 차지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로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선임했다.
국립현대무용단 관계자는 "미술감독 구하기가 어려웠으며 최대 400만원 보수 규정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술감독은 "재정이나 행정 계약에 대해 디테일한 것은 잘 모르겠으며, 인턴단원제를 하면 새 공연을 할 때마다 30% 정도를 남긴 채 단원 순환이 이뤄져 프로젝트 단체지만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다"며 "피에르 리갈 공연으로 해외에 나가면 우리 예산을 들여 해외 무용수만 조명받게 되고 이는 대한민국의 예술가로서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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