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주취난동자에 엄정 대처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고 이를 제지하는 경찰에게 욕설을 한 40대 남성에게 손해배상금을 지불하라는 판결이 처음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6단독 홍진표 판사는 공개된 장소에서 자신에게 "목을 떼버리겠다"는 등 심한 욕설을 해 경찰로서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며 서울 중부경찰서 약수지구대 소속 조형기 경위가 박모(44)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박씨에게 1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할 것을 판결했다고 31일 밝혔다.
조 경위와 법원 등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신당동의 한 음식점에서 술에 취한 채 난동을 부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조 경위 등 2명의 경찰에게 "업소로부터 돈을 받아 쳐먹었나. ⅩXX들 목을 떼버리겠다" "가만히 놔두지 않겠다" 등 협박과 욕설을 한 혐의(모욕ㆍ재물손괴 등)로 입건돼 600만원의 벌금형을 부과 받았다.
그러나 조 경위는 "박씨로부터 사과를 받은 사실도 없고, 정당한 공무를 집행한 경찰관에게 한 행위에 대해 책임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9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따로 제기했다.
조 경위는 이번 판결에 대해 "경찰도 모욕죄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앞으로도 경찰관에게 악담을 퍼붓고 폭행한 행위에 대해 대가를 지불토록 경찰 개개인이 아닌 경찰 전체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일선 경찰서에 공무집행방해, 경찰관에 대한 협박ㆍ모욕 등 주취자 등으로부터 경찰이 당하는 모든 범죄에 대해 강력히 대처하는 것은 물론 손해배상 소송까지 청구할 것을 지침으로 하달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조현오 경찰청장이 직접 나서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는 다른 수단이 없을 때 적극적으로 총기를 사용해 강경 대응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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