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4시50분께 인천 문학구장. 경기 전 프로야구 두산의 김경문(53) 감독은 하늘을 올려다 보며 “두산의 마음과 같네”라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이날 코칭스태프 전면 교체를 단행한 김 감독이었다.
마침 굵어지는 빗줄기에 김 감독은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두산은 윤석환 1군 투수코치와 송재박 1군 타격코치를 2군으로 내리면서 김진욱 2군 투수코치와 장원진 1군 외야수비코치로 각각 빈자리를 메웠다.
김 감독이 사령탑에 앉은 2004년 이후 시즌 중 코칭스태프 보직을 이동시키기는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특히 윤 코치의 2군행은 2004년 부임 후 처음이다. 김 감독은 “마음이 많이 짠하다. 감독이 가야 하는 걸 코치를 보내고 있으니…”라면서 허탈하게 웃었다.
두산은 5월 들어 전날까지 6승1무17패로 허덕이면서 2위에서 6위까지 추락했다. 뚜렷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코칭스태프 보직 이동은 그야말로 분위기 쇄신 차원의 ‘극약 처방’인 셈이다.
극약 처방은 일단 오랜만의 연승으로 통했다. 두산은 선두 SK를 5-1로 누르고 2연승했다. 5월 들어 연승이 없을 만큼 처참했던 두산은 4월19~24일 5연승 이후 37일 만에 연승의 기쁨을 누렸다. 순위는 여전히 6위지만 천신만고 끝 빗속의 20승(2무24패) 달성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깜짝 선발’ 서동환이 선물한 승리라 뜻 깊었다. 1,787일 만에 선발 마운드에 오른 서동환은 5이닝 1실점 호투로 1,871일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2005년 데뷔 후 통산 2승(1패)째. 2008년 임의탈퇴 시련을 딛고 거둔 감격의 첫 선발승이었다.
잠실에서는 2위 LG가 4위 KIA를 4-1로 꺾고 SK와의 격차를 2경기로 좁혔다. KIA는 원정 3연승 끝. LG 이병규는 결승 2점 홈런(시즌 9호)을 포함해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부산에서는 홈런 1위 이대호의 2점 홈런(13호)을 앞세운 롯데가 9회 말 강민호의 끝내기안타로 최하위 넥센을 8-7로 눌렀다. 5위 롯데는 넥센전 4연승. 넥센은 원정 8연패에 빠졌다. 3위 삼성은 대전에서 7위 한화를 3-2로 물리쳤다. 삼성 최형우는 시즌 12호 솔로홈런을 뿜었고 마무리 오승환은 15세이브(1위)를 챙겼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인천=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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