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주택을 짓지 말아달라.'
서울 강동구가 보금자리주택 건설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보금자리주택이 건설될 경우 '강동구=서민동네'란 인식이 생길 것으로 우려한 주민들의 반발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5차 보금자리주택지구 4곳 가운데 과천을 뺀 3곳(고덕지구 강일3ㆍ4지구)이 강동구에 들어있다. 정부의 지구지정발표가 나오자 주민들이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나섰고, 마침내 강동구는 사업철회를 정부에 공식 요청하면서 31일로 예정되어 있던 지구지정 주민열람공고도 취소했다.
강동구는 31일 "지역 여건을 감안하지 않고 후보지 대부분을 강동 지역에 집중시켜 개발 유보지를 잠식하는 것은 구의 발전을 염원하는 주민 의사와 전적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구 관계자는 "강동구엔 이미 강일1ㆍ2지구에 이미 1만여 가구의 서민주택이 공급되어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고덕, 강일3, 강일4지구까지 보금자리주택으로 추가 조성된다면 강동구는 서울시 전체 임대주택 가운데 7.5%를 보유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5차 보금자리주택이 건설되면 강동구는 임대아파트 혹은 서민아파트 밀집지역으로 인식될 수 밖에 없고, 이는 주변집값 하락으로 이어져 기존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강동구는 서울의 부자동네를 대표하는 '강남3구'의 일원인 송파구와 인접해있음에도 불구, 아파트가격은 큰 차이가 나고 있어 그렇지 않아도 정서적 박탈감이 꽤 큰 상태인데 보금자리주택단지가 추가로 들어설 경우 가격격차는 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설 토지의 소유자들 역시 정부의 저가보상에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해식 강동구청장은 "이번 보금자리주택지구에 포함된 곳은 서울에 얼마 남지 않은 그린벨트 지역으로 미래 세대를 위한 개발 유보지로서의 가치가 높은 곳"이라면서 "지역의 개발 유보지 전체를 잠식하는 지구 지정은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해당지역의 반발은 사실 강동구가 처음은 아니다. 앞서 4차 지구로 지정된 하남 감북지구는 주민들이 지구지정 취하소송을 냈고, 하남시 역시 환경영향평가 공람 공고를 거부하는 등 파행을 빚고 있다. 강동구와 함께 5차 지구로 지정된 과천 역시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주민들이 늘어나면서 보금자리주택 지구 철회요청을 공식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선다고 해서 주변집값이 떨어진다는 논리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무엇보다 보금자리주택은 양질의 주택을 싼값에 공급하기 위한 국가시책인 만큼 예정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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