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우파 집권 연정이'원자력 하차(Atomausstieg)를 결정했다. 2022년까지 모든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는 획기적 정책을 그리 부른다. 차에서 내린다는 표현이 간결하다. 영어로'Nuclear Exit'이다. 그 의미와 파문은 크다. 베를린의 진보신문 타게스 차이퉁은 "베를린 장벽 붕괴에 버금가는 역사적 변화"라고 썼다. 메르켈 총리와 지지 언론도 장벽 붕괴가 가져온 세기적 전환을 뜻하는 'Die Wende(대전환)'에 버금가는'Energie Wende'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독일의 원전 포기는 국제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원자력 발전을 포기하거나 건설을 보류한 나라는 여럿이지만, G8 국가로는 이탈리아에 이어 두 번째다. 이탈리아는 체르노빌 사고 이듬해 국민투표로 원전 포기를 결정했다. 독일은 원전 의존율이 23%로 비교적 낮고 대체에너지 분야의 선두주자이지만 경제 대국의'에너지 대전환'은 상징성이 크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은 신재생에너지의 개척자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해상 풍력발전 등의 확대와 새 국토 종단 송전망, 이른바'송전 아우토반'건설 등 막대한 인프라 투자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 평가와 전망이 온통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여론의 80% 이상은 지지한다. 좌파 사민당(SPD)과 녹색당 등 야당도 집권 연정을 이룬 2002년에 이미 '2022년 원자력 하차'를 결정한 적이 있다. 그러나 산업계는 전력공급 불안과 요금인상, 막대한 대체에너지 개발 및 인프라 건설비 등을 우려,"위험한 도박"이라고 반대한다."독일 성공모델의 포기"라고 과장되게 규정한 보수 언론도 있다. 프랑스 영국 스웨덴 등 주변국도 자국 원전 산업과 유럽 경제에 미칠 영향을 걱정, 내놓고 반대하거나 "계획대로 되나 보자"는 반응이다.
■ 부정적 반응은 정책 전환을 정략적이라고 본다. 메르켈의 기민당(CDU)과 연정 파트너 자민당(FDP)은 집권 전 좌파의'하차'정책 폐기를 공약했고, 지난해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을 허가했다. 그러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원전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녹색당이 우파의 기반인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선거에서 승리하는 등 약진하자 갑자기 되돌아섰다. 2013년 총선에서 녹색당과 손잡고 정권을 지키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시각은 그 뒤 원자력 하차가 계속될지 의심한다. 그러나 독일 정치가 원전을 놓고 40년간 벌인'이념 투쟁'이 끝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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