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가 진행하는 저축은행 매각 과정에서 '중앙부산+부산2+도민저축은행' 패키지에 인수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6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하지만 '부산+전주저축은행'과 '대전+보해저축은행' 패키지는 유찰돼 정상화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 본점 둔 중앙부산 인기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보가 전날 7개 저축은행 매각을 위한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한 결과,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한국금융지주, 대신증권, 키움증권 등의 6개 금융회사들이 모두 중앙부산 패키지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부산 패키지는 대신증권 한 곳만 지원하면서 유효경쟁 요건이 성립되지 않았고 대전 패키지는 아무도 지원하지 않아 유찰됐다.
중앙부산 패키지가 인기를 끈 것은 전국적 영업기반이 탄탄하기 때문. ▦중앙부산이 서울에 본점을 두고 있고 ▦부산2는 부산 ▦도민은 춘천 중심지에 지점을 갖고 있다. 물론 전주와 대전저축은행도 서울에 지점이 있지만 본점은 각 지역에 있기 때문에 수도권에서 영업 제한이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구성과 수익성 향상을 위해 저축은행 인수에 나섰다"며 "서울이 포함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중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저축은행 인수를 준비해 온 키움증권 역시 "서울과 부산에 키움증권 고객이 많은데, 중앙부산 패키지가 해당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연계 영업 등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생각해 골랐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중앙부산 패키지가 누구 품에 안기느냐에 따라 향후 금융권 판도에 상당한 변화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증권계로 인수될 경우, '증권+저축은행'의 새로운 결합형태가 금융권에 등장하게 된다.
정상화 일정 차이 날 듯
예보는 중앙부산 패키지에 대해 3주간 인수자의 자산실사를 거친 뒤 6월말∼7월초 본입찰을 실시, 7월 중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우선협상대상자은 인수 희망자가 제안하는 자산과 부채 인수 범위, 순자산부족액에 대한 출연 요청액 등을 예보가 검토해 최소비용원칙에 부합하는 곳을 골라 최종 선정된다. 다만 중앙부산 패키지는 6대 1의 경쟁률이어서 인수가격이 삼화 등 기존 사례보다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인수자는 자산과 부채를 떠안는 자산·부채 이전(P&A) 방식으로 저축은행을 인수한다. 이 과정에서 부족한 순자산액은 예보가 메워준다. 인수자가 원할 경우 5,000만원 초과 예금이나 후순위채 자산 등도 인수할 수 있으나, 여태까지 그런 사례는 없었다. 정부와 예보는 7개 저축은행에 대해 이르면 8월 중 계약이전 등을 마무리하고 영업을 재개토록 할 방침이다.
문제는 인수자가 몰리지 않아 경쟁 구도를 갖추지 못한 나머지 4개 저축은행이다. 예보 관계자는 "이른 시일 내에 재공모해 매각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예보는 내부적으로 4곳 중 서울에 지점이 있는 대전과 전주저축은행은 개별 매각을 할 경우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부산과 보해저축은행은 인수자가 나설지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 여하에 따라 저축은행 일부가 하반기에 또다시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있어 인수자 입장에서 굳이 마음에 들지 않는 매물을 살 이유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저축은행의 매각 일정이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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