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에서 권 장관이 밝힌 주요 정책방향
주택거래 활성화 "그동안 부동산 공급이 부족해 1가구 다주택 보유를 규제하는 정책을 펴왔는데 이제는 그런 시각이 조금씩 변화해야 한다고 본다"
분양가 상한제 "현 시장상황과 맞지 않는다고 본다. 중장기적으로 자율화해 공급을 늘려야 한다"
뉴타운 사업 "도저히 추진이 어려운 지역은 배제하거나 사업내용을 조정하는 등 출구전략을 쓸 필요도 있다"
보금자리주택 "차질없이 추진하되 분양 주택은 민간참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31일 국토해양부 장관에 공식 임명된 권도엽(사진) 장관은 주택정책에 관한 한 현 경제관료 가운데 단연 최고로 꼽히는 인사. 오랜 침체의 늪에서 변화의 갈증을 느껴온 부동산ㆍ건설업계는 그가 풀어 놓을 '선물 보따리'에 한껏 기대감이 부풀어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임기 말 국토부를 이끌게 될 그가 과도한 시장부양에 나설 경우, 내년 선거국면에서 각종 개발공약들과 화학작용을 일으켜 대형 버블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권 장관을 보는 시장의 시선은 지금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대대적 규제완화?
현재로선 그의 입장은 부동산시장 부양 쪽이다. 지난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권 장관은 의원들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 관련 질의에 정책방향 전환까지 시사하고 나섰다.
먼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그는 '주택거래를 어떻게 살릴 수 있겠냐'는 질문에 "그 동안은 부동산 공급이 부족해 1가구 다주택 보유를 규제하는 정책을 펴 왔지만 이제 그런 시각은 조금씩 변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우리나라 주택정책에선 오랫동안 '1주택자=실수요자, 다주택자=투기적 보유자'란 개념이 뿌리 내려 있었고, 이를 근거로 다주택자에 대해선 세제상 불이익을 주고 있는데 권 장관은 이 틀 자체를 바꾸겠다는 것. 물론 세제는 기획재정부 소관사항이지만, 어쨌든 이 발언은 권 장관의 근본적인 주택정책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란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는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서도 "중장기적으로 주택공급을 억제하므로 현 시장상황과는 맞지 않는다고 본다"며 폐지 쪽에 무게를 실었다.
전세난을 풀기 위한 해법으로는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해 매매활성화 정책이 필요함을 언급했다. 이는 곧 각종 규제를 완화해 매매를 활성화시키는 쪽으로 부동산 정책을 끌고 가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부작용 없을까
이 같은 생각을 지닌 권 장관의 취임에 업계는 환영일색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소건설사들의 연쇄도산은 이미 시작됐고 현재로선 대형건설사들도 수익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며 "규제의 늪에 빠져있는 건설업계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장도 반기는 분위기다. 윤영식 아주대 교수는 "2015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2018년부터는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등 앞으론 주택에 대한 구매력 자체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규제를 푼다고 무조건 집을 사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얼어붙은 소비자들의 심리를 푸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그 중에서도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양정책이 불러올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주택거래 활성화 정책이란 결국 세금과 금융 두 가지 방법 밖에는 없는데,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완화는 1주택자를 포함한 무주택자들의 정서적 반발을 초래할 수 있고,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등 금융정책은 필연적으로 가계부채 문제와 충돌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이와 관련, "한국 경제 최대 현안은 가계부채"라며 "높은 가계부채 부담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안정적인 성장률을 유지할 확률도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어떤 경우든 부채를 늘리는 정책은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내년은 선거용 부동산 개발공약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시기. 이미 토지거래허가제까지 사실상 해제한 상태에서, 추가적인 거래규제 완화에 나선다면 부동산 시장은 언제든 폭발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은 "규제 완화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점진적으로 하는 게 중요하다"며 "단기적으로는 이미 약속한 분양가 상한제를 서둘러 폐지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보금자리주택은 공급 속도를 조절하면서 임대 비중을 높이는 정책, 장기적으로는 가계부채의 상환기간을 늘리는 등 부채부담을 유연화시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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