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진해어시장에서 내가 찾던 보물은 낚싯바늘이었다. 생선 가게 앞마다 갖가지 낚싯바늘이 버려져 있었다. 나이 들어 생각해 보니 그것이 낚시로 잡은 자연산 생선이라는 증거였다. 어시장엔 가마보코공장이 있었다. 가마보코(蒲鉾)는 어묵의 왜놈 이름이다. 그땐 그렇게 불렀다.
즉석에서 튀겨 나오는 따뜻한 가마보코의 맛이라니! 요즘 어묵에는 그 맛이 없다. 100% 재료 차이다. 그때 가마보코의 재료는 자연산이고 지금 어묵은 수입냉동이다. 가끔 가마보코 속에서 바늘이 나오기도 했는데 그는 소비자 고발이 아닌 횡재였다. 낚싯바늘을 모아야 낚시를 할 수 있었다.
요즘은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마산어시장을 즐겨 찾는다. 수요일마다 오동동에서 복국 먹는 '수복회'를 마치면 소화를 시킬 겸 인근 어시장을 둘러본다. 물이 좋은 제철 생선이 있으면 집으로 사 가지고 간다. 마산의 명산품인 미더덕 철에는 미더덕을, 갈치가 좋을 때는 갈치를 산다.
지난주에는 탁새(갯가재)가 많아 시세를 보니 알 찬 암놈은 1㎏에 2만원, 수놈은 1만원이었다. 암놈을 사서 출근길 청암스승 댁에 들려 슬쩍 놓아 놓고 왔다. 지난 번 탁새 기사를 읽으셨다는 스승의 파안대소가 그 시절 푸르고 싱싱한 마산 바다 같다. 바다의 선물이 사람에게도 참 좋은 선물이 된다. 그 선물들, 백화점 대형 슈퍼가 아닌 어시장에 다 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