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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생 대학본부 점거 장기화 조짐/ "법인화 전면 재논의" "점거 풀어야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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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생 대학본부 점거 장기화 조짐/ "법인화 전면 재논의" "점거 풀어야 대화"

입력
2011.05.3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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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인화 진행 과정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대학본부 점거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학생들이 본부 내 총장실이나 1개 층을 점거한 적은 많았지만 4층 건물 전체를 점거한 것은 서울대 역사상 처음이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31일 오후1시 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인화 설립준비위원회 해체와 법인화 전면 재논의를 요구하기 위해 총장에게 면담을 요구한다"며 "6월1일 오후6시까지 총장이 면담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총장이 면담에 나오더라도 학생들의 요구사항에 대한 이행 계획을 확약해야 농성을 푼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학교 측은 2시간여 뒤 문화관 앞에서 담화문을 발표하고 "학생들이 물리적 수단으로 의사를 관철시키려는 것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며 "불법 점거를 철회하면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학장단은 이날 오후2시 오연천 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자연대 교수회의실에서 임시 학장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입장을 정했다.

학교 측과 학생 측이 대화의 접점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법인화에 대해 오해하는 부분이 있어 이를 지속적으로 설명해 설득할 계획"이라고 밝힌 반면, 총학생회는 이날 오후부터 학생운영위원회를 열고 총장의 면담 불응 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다음 단계를 논의하고 있다.

현재 국가기관인 서울대를 독자 법인으로 전환하는 서울대 법인화는 지난해 12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내년 1월 발효된다. 그러나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된 서울대법인화법은 절차적 정당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서울대가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법인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교 측이 학내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대 교직원 노조 200여명은 지난 3월31일 발표된 설립준비위 구성안에 반대하며 본부 4층 총장실을 13시간 동안 점거하기도 했다. 교수 150명도 지난 12일 공식 성명을 내고 학교 측에 법인화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학생들은 법인화 진행 과정에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로 '학교 측의 일방적인 의사결정구조'를 지적한다. 2009년 9월 법인화 찬반 총투표에서 학생 80% 이상이 법인화를 반대했고 교수와 노조도 반대 의견을 표명했지만 학교 측은 의견을 수렴하는 시늉만 하고 일방적으로 진행했다는 것이다.

본부 점거라는 극단적 방법까지 택한 구체적 이유에 대해 학생들은 "총 투표, 기자회견, 면담, 토론회와 간담회, 선전전과 1인 시위, 자료집 발간 등 수많은 활동을 해왔지만 학교 측은 우리가 힘이 없다는 이유로 무시해 왔기 때문"이라며 "직접 행동을 통해서 일방적인 법인화 추진에 제동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학생들이 주장하는 것이 법인화법 폐기는 아니다. 기본적으로는 법인화에 반대하지만,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 법인화법을 민주적으로 다시 논의하자'는 것이 이들의 요구사항이다.

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와 공무원노조, 전국대학노조 서울대지부는 이날 "학생들의 비상총회 결정을 지지한다"며 "총장은 학생들이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내놓은 요구사항에 응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본부 건물 전체 점거로 서울대 행정 업무는 거의 마비된 상태다. 학생들은 학생과 등 일부 긴급한 업무는 처리할 수 있도록 담당자 몇 명을 본부 내부로 들여보냈으나 보직교수들과 대다수 교직원들은 전자결제 시스템 등을 사용할 수 없어 업무를 보지 못하고 다른 건물을 전전했다. 오연천 총장도 오후3시까지 회의 참석을 위해 학교에 머물렀으나 이후 외부로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내일이 안철수 교수 임용일인데 총장 직인이 없어 임용장도 못 주게 생겼다"며 "인사 등 모든 업무가 정지됐다"고 말했다.

전날 밤샘 농성에 가담했던 500여명의 학생들 중 일부가 수업 등으로 빠져나가면서 이날 본부를 점거한 학생들은 150여명. 이들은 1층 로비에서 함께 민중가요를 부르거나 회의를 했고, 김밥이나 피자 등으로 건물 내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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