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오페라가 공간적으로, 주제적으로 큰 도약대 앞에 섰다. ‘This Is Opera!’로 표어를 정한 2011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은 지난해 시작된 연륜이 짧은 행사다. 그러나 지난해에 비해 문제 의식은 깊어졌고, 외연은 부쩍 확장됐다.
한국 오페라를 상징하는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 국한됐던 한계를 벗어나 한강에서 오페라 공연을 펼치고, 주제에서도 도약을 꿈꾼다. 현실적으로는 21일 개장한 한강 세빛둥둥섬과 오페라하우스를 잇는 5.1㎞ 도로변을 가득 메운 행사 광고 배너에서 강한 기운이 체감된다. 무용, 타악퍼포먼스, 연날리기, 록과 힙합 등이 돋우고 있는 축제 분위기에 오페라로 방점을 찍는다는 계획이다.
23일~7월 24일 오페라하우스에서는 80여개 오페라 단체 중에서 뽑힌 5개 오페라단의 대형 오페라가 열린다. 단연 이 행사의 주역이다. 글로리아오페라단의 ‘청교도’(23~26일), 베세토오페라단의 ‘토스카’(7월 2~6일), 국립오페라단의 어린이오페라‘지크프리트의 검’(7월 1~10일) 등 기존에 보여지던 대형 서구 오페라가 한층 화려해진다.
올해 무대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두 편의 창작 오페라. 호남과 영남으로 나뉘어 균형을 맞췄다. 호남오페라단의 ‘논개’와 구미오페라단의 ‘메밀꽃 필 무렵’은 오페라 잔치에서 우리의 지분을 당당히 요구한다. 지난해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국립오페라단의 창작 오페라 ‘아랑’의 뒤를 잇는 시도다.
‘논개’는 2006년 전주세계소리축제 초연돼 인정받았던 작품이다. 왜장을 끌어안고 남강에 뛰어든 의녀의 이야기가 완전히 한국화한 선율을 입고 서구 극장에 맞게 거듭난다. 판소리꾼, 성악가, 각각의 합창단, 국악관현악기, 서양관현악기가 어우러지는 이 무대는 지역 작곡가 지성호씨가 곡을, 김정수씨가 대본을 썼다. 이일구씨 지휘, 정갑균씨 연출. 7월 12~15일.
‘메밀꽃 필 무렵’은 토착 정서와 서구적 오페라의 공존을 모색하는 무대다. 주모와 술꾼들이 벌이는 술자리 등을 배경으로 해 토속적 합창과 무용의 공존이 오페라에서 어떻게 이뤄지는지 보여 준다. 역시 2006년 전주세계소리축제 초연된 이 무대의 요체는 보다 한국어에 밀착한 노래다. 근로자, 장애인, 소외 지역 등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음악회’를 펼쳐 온 이 오페라단의 내공이 어떻게 발휘될 지 관심이다. 김봉미씨 지휘, 전철원씨 연출. 7월 21~24일.
사실 여기까지라면 지난해와 그리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지난달 21일 반포 지역에 탄생한 세계 최대 규모의 수상 복합 문화 공간 세빛둥둥섬의 미디어아트갤러리가 18일 이 축제의 개막식장으로 거듭나면서 행사의 표정이 바뀐다. 가로 15m, 세로 14m의 대형 전광판이 최대 2,000명의 관객 앞에서 피가로라는 익살꾼을 그린 두 오페라의 하이라이트 상영장으로 거듭난다. 국내 첫 수상 오페라인 셈이다.
이 자리에서는 내년 행사의 주제인 ‘fun & fantastic!’에 맞게 조합한 오페라 장면이 상영되기도 한다. 운영위원이자 야외 공연 총감독 장수동씨는 “지방의 인물에 한국적 오페라의 색을 입히는 방식을 벗어나 이제는 외국인 주인공에 우리의 예술적 색채를 입혀 한국 오페라의 지평을 넓힐 때”라고 취지를 말했다. 장씨는 또 “이제 우리 오페라는 지방과 서울의 적극적 교류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 행사를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오페라의 도약대로 삼아야 한다는 것. (02)586_5282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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