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가 30일 저축은행 부실 사태와 관련, 6월 임시국회 중 국정조사특위 구성에 전격 합의한 것은 정치권이 더 이상 이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할 경우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저축은행 부실 책임론의 범위를 둘러싸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속내가 조금씩 달라 증인 채택 등 향후 논의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한나라당은 당초 검찰 수사가 마무리된 뒤 국정조사를 실시하자는 입장이었으나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황에서 국정조사를 미룰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나라당 의원 35명이 이례적으로 국정조사 실시를 주장하면서 이같은 여야 합의 분위기를 선도했다. 여기엔 이번 사건을 좌시하다가는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우려도 포함돼 있다. 한편으로는 저축은행 부실을 근본적으로 따지다 보면 현정권을 넘어 참여정부 등 과거 정권의 책임론도 불거질 것이란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이 이날 저축은행 국정조사 실시와 관련, "최근 드러난 비리는 물론 저축은행의 생래적 문제 등 지난 10년 간의 모든 문제점에 대해 총체적 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간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은 전 위원이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정황이 나타나자, 이번 사건을 권력형 게이트로 몰아가겠다고 벼르고 있다. 수사가 급물살을 타게 되면 경우에 따라 현정권 핵심 인사들의 관련성이 드러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다.
물론 상황에 따라 부산저축은행 비리가 민주당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정권 인사의 관련성이 드러나더라도 현정부가 입게 될 타격에 비해서는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란 판단도 하고 있다. 적어도 '죽은 권력'보다는 '산 권력'에 대한 국민 비판이 더 클 것이란 생각에서다.
여야가 합의한 국정조사의 원칙은 감독 부실, 제도 개선, 피해 대책 등 3가지 현안을 우선 다룬다는 것 등이다. 검찰 수사와 관련된 부분은 검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다루기로 했다. 국정조사를 받을 대상 기관이나 특위의 여야 배분, 기간 등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향후 협의해 확정하기로 했다.
한편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원내사령탑에서 물러난 지 보름여 만에 당내에 새로 구성된 저축은행 진상조사 TF(태스크포스) 위원장을 맡아 대여(對與) 전선에 복귀했다. 민주당은 은 전 감사위원을 비롯해 삼화저축은행 사외이사로 재직했던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 "감사원장 재직 시절 오만 군데에서 압력이 왔다"고 말한 김황식 총리를 '저축은행 3인방'으로 규정하고 검찰 수사 확대 등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정진석 정무수석은 "사외이사를 했다는 것 하나만으로 의혹이 있는 것처럼 부풀리는 것은 옳지 못한 접근 방식"이라며 "사외이사를 3년 넘게 했으니 (신삼길) 얼굴도 알고 만난 적도 있지만 지인 수천 명 중 한 명일 뿐 친분관계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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