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기상관측 선박 '기상1호'가 30일 오후 인천항 제1부두에서 취항식을 갖고 항해를 시작했다. 기상청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예산 133억원을 들여 건조한 무게 498톤, 길이 64.32m 규모의 기상1호는 주로 서해에서 해양 기상 관측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25일 전남 목포시 앞바다에서 기상1호를 미리 타봤다.
"기상1호는 위험기상현상 관측의 패러다임을 바꿀 겁니다!" 유상진 기상청 기상사무관의 말이 선내 관측실에 울려 퍼졌다. 현재 우리나라 해양 기상 관측을 담당하는 것은 동해 남해 서해 3개 바다에 떠 있는 이동식 부이 8개와 관측장비를 설치한 등표(일종의 무인등대) 9개소가 전부. 갑작스런 집중호우나 폭설을 예보하는 기능을 하게 될 '바다 위 기상대' 기상1호는 첨단 기상 관측 장비들로 가득 차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장비는 배 뒤편에 있는 자동고층기상관측장비(ASAP). 갑판 위의 문이 열리자 GPS 기능을 갖춘 관측용 센서가 흰색 풍선에 매달려 하늘로 올라갔다. 풍선이 올라갈 수 있는 최대 높이는 상공 20㎞, ASAP는 12시간 간격으로 대기 층별 온도와 습도 기압 풍향 풍속 등을 관측해 기상청에 실시간으로 자료를 전달한다.
수온염분측정기(CTD)는 기상청에서 기상1호를 취항하며 처음으로 사용하는 장비다. 평소에는 배 위에 뒀다가 관측 시에 바다로 던지면 최대 바다 속 3,000m 까지 내려가 수층별 수온 염분 용존산소 압력 등을 측정한다. 유 사무관은 "해수의 각 층별 수온 차가 육지에 내리는 비나 눈의 양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밀한 기상 관측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기상1호에는 이 밖에도 약 1㎞ 전방의 파고와 파향을 관측하는 레이더식파랑계, 수심 70m까지 층별 유속과 유향을 관측하는 해류계 등 10여 가지의 첨단 장비가 탑재돼 있다.
기상청은 또 기상1호를 재난 상황에도 활용한다. 서장원 기상청 해양기상과장은 천안함 사건을 언급하면서 "당시 서해의 급격한 변화를 감지할 수 없어 상황이 더 악화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바다에서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기상1호가 사고 지점으로 접근해 해류 바람 수온 변화 등의 기상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내에는 관측선 운영인력을 위한 방 22개와 의료실도 1개 마련돼 있다. 선원 17명과 관측 인원 3명이 근무하며 연간 160일 안팎을 운항할 예정이다.
하지만 기상 이변 시 바다에 남아 기상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 관측선으로서는 규모가 작다는 한계가 있다. 기상1호는 파고가 3m 이상일 것으로 예상돼 풍랑경보가 발령되면 바다에 나갈 수 없다. 500톤급 선박을 운영하던 일본도 최근 1,500톤급으로 관측선을 대체했다.
서장원 해양기상과장은 "다양한 관측기기 탑재와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관측선의 규모가 커야 한다"며 "기상2호는 최소 2,000톤급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목포=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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