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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Cine Mania] 파격적인 가족영화 충무로서 만나고 싶다

입력
2011.05.3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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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아버지로부터 버림을 받는다. 그래도 그는 아버지가 남긴 자전거에 집착하고 가족의 사랑을 갈망한다. 그런 소년에 손을 내민 이는 생면부지의 여인이다. 그는 소년의 안타까운 현실을 보듬기 위해 남자친구까지 버린다. 비열한 거리에서 인생을 배우며 사회의 암적 존재가 될 운명이었던 소년은 그렇게 유사 모성애로 작은 희망을 품게 된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더 키드 위드 어 바이크'(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ㆍ뤽 다르덴)는 조심스럽게 대안 가족의 중요성을 주장한다.

경쟁부문에서 상영된 '르 아브르'(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주제도 엇비슷하다. 밀입국이 빈번한 프랑스의 항구도시를 배경으로 아프리카 난민 소년을 향한 늙은 구두닦이의 온정을 전한다. 불법인줄 알면서도 구두닦이의 선행을 돕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훈훈하기만 하다. 작은 행동이 삶에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음을 역설하는 이 영화 또한 대안적 가족애를 강조한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많은 영화들은 가족을 화두로 삼았다. 미성숙한 부모의 모습을 그리거나('폴리스'), 말기 암환자의 고통을 껴안는 가족애('스톱트 온 트랙')를 스크린에 투영했다.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트리 오브 라이프'도 가족을 지렛대로 삶의 의미를 들춰낸다. 칸영화제 상영작들은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을 따져보고 대안 가족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한편, 이 시대 가족에게 닥친 위기를 점검했다.

최근 개봉하거나 개봉을 앞둔 한국의 가족영화들은 어떨까. 약속이라도 한 듯 불치병과 죽음이 등장해 눈물을 짜내려 한다. '친정엄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마마'(1일 개봉) 등 제목부터가 신파를 연상시킨다. 이혼과 재혼 등으로 부쩍 늘어난 다양한 가족 유형과 새로운 가족 문화를 충무로는 애써 외면한다. 경제난 등으로 울고 싶은 관객들을 겨냥한 기획영화들이라지만 지극히 퇴행적이다. 가족의 의미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려 했던 '바람난 가족'(2003), '가족의 탄생'(2006)과 비교하면 뒷걸음만 치고 있는 셈이다.

칸영화제는 세계 영화의 최전선에 서있다는 평가를 종종 듣는다. 올해도 현대사회의 한 모습을 포착하고 이를 해석하려는 세계적 대가들의 치열한 문제의식이 느껴졌다. 충무로는 과연 세계 영화계의 어디쯤에 있을까. 가족영화만 따진다면 제일 뒤편에 서있지 않을까. 현실을 반영하는, 파격적인 가족영화를 만나고 싶다.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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