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뜸했다. '고사: 피의 중간고사'(2008)와 '요가학원' '불신지옥'(2009), '고사: 교생선생'(2010) 등이 가까스로 명맥을 이었으나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여름이면 떠오르는 전통적인 장르지만 천덕꾸러기 신세에 처했다. 충무로 공포 영화의 최근 신세다.
올 여름 국산 공포가 몰려온다. 개봉을 준비 중인 영화만 4편. 다큐멘터리 형식의 저예산 비주류 공포영화를 제외하면 여름을 겨냥해 한 두 편 소개되는 것에 그쳤던 최근 몇 년 동안과는 사뭇 다르다. 온라인 동영상과 아이돌, 고양이, 빙의 등 소재도 다채롭다.
첫 테이프를 끊는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6월9일 개봉)가 가장 눈길을 끈다. '고갈'과 '방독피' 등으로 독립영화계에 이름을 알린 김곡ㆍ김선 형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아이돌 그룹 티아라의 멤버 함은정, 가수 메이다니 등이 출연한다. 우연히 발견한 비디오테이프 속 안무를 따라 하던 걸그룹 멤버들이 연달아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되는 사건을 그렸다. 독립영화 감성과 주류영화 시스템이 어떻게 결합될지도 관심사.
'미확인 동영상'(8월 개봉)은 '과속스캔들'로 깜짝 스타가 된 박보영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인터넷을 떠도는 저주 받은 동영상과 이어지는 죽음의 이유를 찾는 한 여인의 모험을 그렸다. 폐쇄회로TV와 스마트폰 등으로 곳곳에서 찍히는 동영상이 무차별적으로 전파되는 현실을 풍자한다. '령'과 '므이' 등 공포영화만을 연출해온 김태경 감독.
고양이를 공포의 중심에 내세운 '고양이: 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은 이색 공포영화다. 한 고양이를 차례로 기르던 사람들의 잇달은 죽음에 감춰진 비밀을 애완동물 미용사(박민영)가 파헤치는 과정을 그렸다. 멜로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로 데뷔한 변승욱 감독의 두 번째 작품. 죽음과 생명의 문제를 섬세한 터치로 묘사하는 영화가 될 듯.
'기생령'(8월4일 개봉 예정)은 빙의를 소재로 삼았다. 끔찍한 살인사건이 벌어진 집에 영문도 모른 채 이사했다가 공포의 도가니에 빠져드는 한 여인의 모습을 그렸다. 한은정과 티아라의 효민이 호흡을 맞췄다. 당초 3D로 제작하려 했으나 제작비 벽에 부딪혀 무산됐다. 감독은 신인 고석진.
확실한 계절상품인 공포영화의 귀환을 충무로는 반긴다. 흥행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공포영화는 잘 자리 잡으면 효자상품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평론가 정지욱씨는 "공포영화의 선호도를 감안하면 4편은 오히려 적다. 한 편 정도가 흥행이 되면 앞으로 여름시장에 활력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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