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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고교선택제' 문제점은…"학교 경쟁만 시키고 제대로 된 지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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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고교선택제' 문제점은…"학교 경쟁만 시키고 제대로 된 지원 없어"

입력
2011.05.3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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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처음으로 도입돼 올해로 3년째를 맞는 서울지역의 고교선택제는 시행 초기부터 논란이 됐던 제도다.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는 첫 시행 때부터 거주자 우선 배정 원칙이 끼어들면서 퇴색됐다.

고교선택제는 서울 전역에서 2개 고교를 선택해 지원하는 1단계(정원의 20%), 학생의 거주지 학군에서 2개교를 선택하는 2단계(정원의 40%), 통학편의 등을 고려해 나머지 학생들을 강제 배정하는 3단계(정원의 40%)로 진행된다. 공정택 전 교육감은 고교선택제를 시행하면서 "열악한 지역 학생들도 시설과 평판이 좋은 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당시 시교육청은 "학군 프리미엄이 사라져 집값 안정화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망 순위에 따라 추첨으로 전형하려 했던 2단계 배정 방식이 '거주자 우선 배정'으로 바뀌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른바 명문 학교가 몰려있는 강남과 목동 지역 학부모들의 민원에 따른 제도 수정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울시교육청은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이런 제약 때문에 지난해 고교선택제에서는 거주지학군이 아닌 타학군에 있는 고교에 지원한 학생이 전체의 10.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간 경쟁을 통해 '학교 교육의 다양성에 근거한 교육 경쟁력 강화'를 꾀했던 것도 고교의 서열화와 양극화, 일반계고의 하향 평준화라는 부작용으로 귀결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학 진학률과 학업 성취도 수준이 고교를 선택하는 주요 기준이 되면서 대부분의 고교가 과열된 입시체제로 운영되는가 하면, 경쟁률이 낮은 비선호학교들은 강제적인 야간자율학습을 실시하고, 문제학생들에게 퇴학 조치를 남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고교를 경쟁만 시켰지 학생들이 선호하지 않는 고교에 대해 제대로 된 지원을 하지 않아 교육 여건이 갈수록 양극화되고, 지역에 따라 서열화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학교 내신 상위 50%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추첨 선발하는 자율형사립고가 늘어나면서 고교선택제 대상인 일반계고는 우수 학생 선발에 어려움을 겪게 돼 극심한 학력 저하 현상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올해 4월 일반계고 교사 38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일반계고가 겪는 위기 상황의 원인'에 대해 40.4%는 '학생선발권을 가진 학교(특목고, 자율고)의 증가로 인한 우수 학생 입학 감소'를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런 문제점과 관련해 지난해 12월부터 정책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개선 방안은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고교선택제는 자율고 정책과도 연결돼 있어 어떻게 제도를 보완할 것인지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연구진은 "학교간의 서열화와 하향평준화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돼 이를 완화할 수 있는 배정 방법과 개선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총은 성명을 통해 "고교선택제의 제도적 문제점을 보완, 개선하는 데는 동의하지만 갑자기 제도 자체의 큰 틀을 바꾸거나 폐지할 경우 학생과 학부모의 혼선과 학교의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광범위한 여론수렴과정 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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