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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독립 영화 '굿바이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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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독립 영화 '굿바이 보이'

입력
2011.05.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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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는 복고다. 대중가요 '소녀'가 스크린 위를 흐르고, 운동권 노래 '농민가'가 이에 맞선다. 최루탄 연기 가득한 골목길, 홍콩배우 장궈룽(張國榮), 인기 미국드라마 '브이', 민주정의당과 전두환, 추억의 청바지 브랜드 조다쉬 등도 등장한다. 1980년대를 압축하는 키워드들이다. 그러나 과거에 대한 달콤쌉싸름한 연가는 아니다. 격동의 시절 1980년대를 불러내지만 단순한 추억 상품으로 옛 일을 소비하지 않는다.

독립영화 '굿바이 보이'는 80년대를 온몸으로 관통한 한 소년을 렌즈 삼아 폭력이 가득했던 한 시대를 애잔한 그리움으로 돌아보며 지금 이곳의 우리를 되돌아보게끔 한다. 요컨대 이 영화는 서글펐던 과거에 대한 뒤늦은 만가다.

이런 콩가루가족도 드물 듯하다. 구청장이 인생의 목표인 아빠 경식(안내상)은 선거철에나 부지런을 떨고 그 외 시간은 먹고 자며 하릴없이 보낸다. 무일푼에 무기력한 백수인데도 제왕적 가부장의 모습을 보인다. 반찬으로 아내를 타박하고, 아이들의 일에 사사건건 간섭한다. 가장이 이러니 반항기 다분한 여고생 누나 진숙(류현경)은 생계를 떠안은 엄마 문정(김소희)의 가출을 종용하기 일쑤다. 주인공인 중학생 진우(연준석)는 그런 가정환경을 탓하며 자신만의 살길 마련에 골몰한다.

경식이 어느 날 집을 나간 뒤 끼니 걱정을 해야 할 정도로 가세는 기울고 진우는 신문보급소에서 만난 창근(김동영)에게 거리의 거친 생존법을 배워간다. 엄마는 술집 작부로 전락하고, 누나는 거리를 떠돈다. 삶의 벼랑 끝에 선 소년은 아스라한 첫 사랑과 진한 우정을 겪으며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통과한다. 카메라는 변두리 삶을 살아가는 소년의 가슴을 애처로운 시선으로 어루만진다.

영화는 한 소년의 성장기를 통해 과거를 불러내는, 전형적인 복고영화의 외피를 둘렀다. 시대를 표상하는 소품들이 잠들었던 기억들을 깨우고, 아슴푸레한 옛 그림자들을 되살린다. 하지만 속은 최근의 충무로 복고영화들과 결이 완연히 다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당대의 시대적 공기를 온전히 살려내며 위기에 처한 한 가정의 모습을 전한다는 것이다. 소년의 불우한 사춘기에 민주정의당으로 대변되는 억압과 폭력의 시대상을 포개며 더 큰 울림을 만들어낸다. 시위 중에 끌려갔다 주검으로 발견되는 뒷방 누나 은영의 죽음은 불량배들과 신문보급소장의 폭력에 시달리는 진우의 현실에 투영되며 시대의 야만과 모순(프로야구 선수 이만수의 100호 홈런 방망이에 새겨진 투수 박철순의 사인처럼)을 고발한다.

최근 부쩍 성장한 한국 독립영화의 저력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꼼꼼한 시대 고증이 눈길을 끌고 배우들의 호연이 정서에 호소한다. 특히 가족을 구성한 네 배우의 연기는 차지고 차지다.

80년대에 대한 기억이 또렷한 관객이라면 조금은 머리 갸웃할만한 장면들이 있다. 80년대 후반에 있었던 국회의 5공화국 청문회 장면이 80년대 중반에 방송된 '브이'보다 더 앞선 시간에 언급되고, 경식과 문정의 70년대 회상 풍경에 '소녀'가 깔린다(제작사는 시간상으로는 오류가 있지만 영화적 이미지에 가장 적합해 선택했다고 밝혔다). 노홍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 6월2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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