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주민 손으로 만든 '쌈지축제'에 온동네 들썩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주민 손으로 만든 '쌈지축제'에 온동네 들썩

입력
2011.05.30 17:31
0 0

"준비됐습니까. 자, 그럼 시작합니다."

허옇게 서리 내린 머리를 '올백'한 김만식(59)씨가 드럼 스틱을 '탁탁' 치며 공연 시작을 알리자 전자기타 굉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한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신중현의 '미인') 익숙한 멜로디가 터져 나오자 순식간에 열기가 달아올랐다.

28일 서울 마포구 마포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기획과 구성, 진행까지 오로지 지역주민들의 힘으로 만든 '도화쌈지축제'가 주민 3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처음 열렸다. 첫 테이프는 도화동에 사는 40~50대 남성 5명으로 이뤄진 '엉터리 밴드'가 끊었다. 1970년대 '등불' '갈무리' 등의 곡으로 인기를 끈 그룹사운드 '영사운드' 출신이기도 한 김씨는 "20년 만에 다시 스틱을 잡으니 마치 젊은 시절로 돌아간 듯 하다"고 했다.

끼와 재능을 가진 지역주민들을 주축으로 마을 축제를 열어보자며 도화동 주민기획단을 발족한 게 지난 3월. 김씨를 단장으로 사회적기업 대표, 사진가, 어린이집 원장 등 17명의 주민이 머리를 맞댔다. 기획회의를 열어 축제의 방향과 콘텐츠를 짜내고 기획팀 연출팀 대내외협력팀 등으로 나눠 축제를 준비했다.

문화기획 분야 사회적기업 '하품'을 운영하는 박경밀(29)씨는 "축제 전문가가 아닌 주민들이 스스로 꾸려나갈 수 있도록 측면에서 그간의 노하우를 조언했다"고 말했다. 20년 전 밴드활동을 그만둔 뒤 부동산중개업을 해 온 김씨는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이웃간 소통이 단절되다시피 했는데 사람의 향기가 가득한 곳으로 만들고 싶어 슬로건도 '사람향기 나는 마을, 도화'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우리동네'를 시제(試製)로 한 전통 과거시험, 다도(茶道) 예절 배우기, 화전 만들기 등 가족 단위로 참여해 이웃과 어울리며 정을 쌓는 시간도 마련됐다.

세 아이 엄마인 김준용(43)씨는 "아이들에게 과거 시험을 보게 하고 함께 다도도 배웠는데 집 가까운 곳에서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행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유빈(17ㆍ명덕외고 2)양은 "이번 축제를 계기로 아파트가 아닌 사랑과 웃음이 도화동을 가득 채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과거시험에서 장원을 차지한 성인부 홍진택(83)씨와 초등부 김지유(9)양은 앞으로 1년간 홍보대사 격인 '도화동 어사'로 각종 관내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특권(?)을 얻었다.

"무대에 서 보니까 흥분되고 (밴드를) 다시 하고 싶어졌어요. 멤버들한테 다시 한번 뭉치자고 해 볼까요, 허허." 환갑을 코 앞에 둔 김씨 얼굴 표정이 한창 때로 돌아간 듯 환해졌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