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에는 밥 한끼도 조심해야 한다. 6,000원짜리 설렁탕 한 그릇 잘못 얻어먹었다가 최고 3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선거법상 출마 예정자나 관계자 등한테 돈이나 음식물 등을 제공받으면 그 액수의 최대 50배에 해당하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한국농구연맹(KBL) 전육 총재와 8개 구단(KT와 오리온스는 회사일로 불참) 단장들이 지난 23일부터 29일까지 스페인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KBL은 "오래 전에 계획된 일"이라고 해명하지만 총재와 단장들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다.
KBL은 오는 1일 총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총재 경선을 치른다. 경선에는 전육 현 총재,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 이인표 KBL 패밀리 회장 3명이 출마한다. 2008년 KBL 수장에 오른 전 총재의 임기는 오는 8월 말로 끝난다.
KBL 정관은 총회에서 전체의 3분의 2(7개 구단) 이상 지지를 얻어야 총재가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총회에는 구단주들이 참석하는 게 원칙이지만 단장들이 위임장을 받아 대리 출석하는 것이 관례화돼 있다. 지금까지 구단주들이 직접 총회에 참석한 적은 없었다.
단장들은 선거로 비유하면 유권자다. 그런데 유권자들이 특정 후보자와 함께 선거 직전에 해외연수를 다녀온 것이다. 공정성 시비가 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3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단장들은 총회를 앞두고 마카오로 해외연수를 다녀왔고, 비록 전육 후보는 동행하지 않았지만 이후 만장일치 추대 형식으로 총재 자리에 올랐다. 해외연수 전만 해도 반대 기류도 만만치 않았다.
KBL과 8개 구단 단장들은 "경선과 관계없는 의례적인 행사일 뿐"이라고 항변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선교 후보는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스페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니…"라며 우려를 금치 못했다.
단장들은 회사의 고위 임원임과 동시에 한국농구의 운명을 결정하는 유권자들이다. 투표일 직전 후보자와 해외연수는 일반 유권자 같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선거법을 위반한 '단장님'들의 표심(票心)이 궁금하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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