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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 음악프로들…뚝심과 실험정신 있다면 졸리고 지쳐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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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 음악프로들…뚝심과 실험정신 있다면 졸리고 지쳐도 기다린다!

입력
2011.05.3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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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가 임재범, 이소라, 김연우, 박정현 같은 노래 잘하는 가수들의 가치를 재조명하면서 음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부쩍 커졌다. 하지만 정작 이런 가수들에게 무대를 제공해온 음악 프로그램의 위상은 여전히 불안하다. 고품격 TV 음악 프로그램의 원조 격인 '수요예술무대'가 케이블로 옮겨 부활한 지 8개월 만에 시청률 부진을 이유로 폐지된 일은 음악 프로그램을 대하는 방송사들의 자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심야편성 등 갖은 홀대 속에서도 나름의 색깔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보석 같은 심야 음악 프로그램들도 있다. 이들이 반짝반짝 빛날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스케치북, 공감, 엠루트 '빅3'의 매력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음악과 토크를 결합한 전통적인 심야 음악 프로그램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케이스다. 내달 3일로 100회를 맞는다. 기존 라이브 무대를 최대한 살리면서도 진행을 맡은 뮤지션 유희열의 재치있는 입담으로 친화력을 높인 게 강점. 최재형 PD는 "분당 시청률이 10% 넘을 때도 있고 선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희열은 음악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아서 자연스러운 무대와 토크를 유도하고, 장난을 해도 결국 음악적인 중심을 잃지 않는 탁월한 진행자"라고 평했다.

'스케치북'은 1992년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로 시작해 이소라, 윤도현 등이 거쳐간 KBS의 간판 심야 음악 프로그램이라는 후광도 지닌다. 하지만 큰 틀은 전통적인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얼마 전까지 가수 루시드 폴이 진행한 '만지다'처럼 방청객의 사연을 소개하는 코너를 넣어 잔재미를 더했다. 개그맨 유세윤이 결성한 힙합 듀오 UV나 모델 장윤주 등처럼 노래라는 공감대를 토대로 섭외의 폭을 넓힌 것도 흥미를 높이는 요소다.

EBS '스페이스 공감'은 시청률에 얽매이지 않고 좋은 프로그램을 지키겠다는 방송사의 뚝심이 빛나는 프로그램이다. 2004년 EBS 사옥에 전용 공연장까지 만들어 닻을 올린 '공감'은 대중문화의 고급화, 고급문화의 대중화라는 기치 아래 록, 재즈, 클래식, 국악, 월드뮤직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소통의 무대가 됐다. 정윤환 PD는 "무대와 음향장치에 비용이 많이 들지만 광고는 잘 안 붙어 경제적인 부분만 생각하면 음악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공영방송으로서 사회공헌 차원에서 대중음악계 저변을 넓힌다는 생각으로 '공감'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장르마다 향유층이 다른 음악의 특성을 감안해 타깃층 집중 공략으로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들도 있다. 클럽에서 느낄 수 있는 현장성에 초점을 맞춘 M.net '클럽 엠루트'가 좋은 예다. 조은석 PD는 "음악 프로그램이 자꾸 사라지는 것은 시대의 흐름과 대중의 선호를 잘 따라가지 못해 다 비슷하고 발전된 부분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마니아층 음악 프로그램도 잘만 만들면 상업성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엠루트'는 그동안 '홍대 아이돌'로 불릴 만큼 음악성과 대중성을 갖춘 인디밴드 십센치, 안녕바다, 옥상달빛 등을 출연시켜 큰 호응을 얻었다. 뮤지션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함께 즐긴다는 취지에 맞게 콘셉트를 미리 정하지 않고 아티스트들과 녹화 2,3주 전에 만나 자유롭게 무대를 꾸민다. 녹화도 진짜 홍대 클럽에서 하고 무대와 객석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아 관객들과 출연 가수들이 같은 눈높이에서 호흡할 수 있다.

심야편성하고 시청률 낮다 폐지, 언제까지?

방송사 관계자들은 음악 프로그램이 살아남기 어려운 현실에 대해 "음악을 즐기는 문화가 아직은 보편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한다. 결국 시청률 올리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고충은 이해하지만 음악의 생명이 다양성과 개성에 있음을 간과한 단견이다. 더구나 음악 프로그램을 많이 보기 어려운 시간대에 배치해놓고 시청률 타령만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장르를 다양화한 고품격 음악 프로그램 자체가 극소수에 불과한데다 명맥을 잇는 몇몇 프로그램들도 대부분 자정 이후에 시작한다. 이들 프로그램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기다리다가 지쳐서 잔다"는 항의가 적지 않다. 홍경민이 진행하는 MBC '아름다운 이들을 위한 콘서트' 역시 지난해 출발 때는 토요일 낮 12시10분이라는 파격 편성을 얻어냈지만 이번 봄 개편에서 일요일 자정 이후로 시간을 옮겼다.

실제 주말 오후 방송하는 아이돌 위주의 음악 순위 프로그램의 시청률도 4~5% 수준으로 썩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지나친 홀대다. 예능 프로그램 '나가수'가 스토리를 가진 무대와 긴장감을 극도화하는 편집으로 재미를 높인 점도 있지만 주말 황금시간대에 편성해 더 많은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열풍을 불러올 수 있었다.

반면 음악 프로그램은 생길 때부터 폐지를 걱정해야 하는 운명이다. 원조 격인 MBC '수요예술무대'는 유키 구라모토, 케니 지, 척 맨지오니 등 실력파 해외 뮤지션들이 다녀갔으며, 박정현 바비 킴 등 실력파 뮤지션들이 이 무대를 통해 데뷔했다. 그러나 시청률 논리에 밀려 사라진 지 5년 만에 케이블채널 MBC에브리원에서 부활했다가 다시 8개월 만에 같은 이유로 폐기처분 됐다. 음악 팬들은 "순수 음악 프로그램의 종말"이라고 개탄했다.

지난해 5월 시작한 KBS '라이브 음악창고'는 7개월 만에 단명했다. 평균 1.1%의 저조한 시청률이 가장 큰 이유였다. 배우 김정은의 따뜻하고 감성적인 진행과 다양한 출연층으로 호평 받았던 SBS '김정은의 초콜릿'도 같은 이유로 후속 편을 내놓지 않고 막을 내렸다. 가수 김창환의 편안하고 포근한 진행으로 밤 분위기와 잘 어우러졌던 MBC '음악여행 라라라'도 게시판을 통한 시청자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마찬가지 수순을 밟았다.

'스케치북'의 음악중심, '공감'의 뚝심, '엠루트'의 실험정신은 그래서 더 빛난다. '나가수'만한 가수들은 많고도 많다. 그들이 설 무대가 좁을 뿐이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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