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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새 초등교과서] (4) 성인수준에 맞춘 듯한 4학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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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새 초등교과서] (4) 성인수준에 맞춘 듯한 4학년 책

입력
2011.05.30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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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이 된 4학년 아이들은 '다 컸다'는 기쁨에 으쓱한다. 그런데 공부에 대한 자신감은 그와는 반대로 잃어 간다. 이때부터 아이들은 공부를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로 나뉘기 시작한다. 이 갈등을 조장하는 건 바로 교과서이다. 교과서가 어려워 학교에서 배우는 것만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아이들을 보며 놀란 부모들은'더욱 더 공부'로 아이들을 내몰게 된다.

듣기ㆍ말하기ㆍ쓰기와 읽기의 구별 없이 대부분 쓰기에 집중해 있는 국어는 무엇을 배우라는 건지 명확하지 않다. 한창 책 읽는 즐거움에 빠져들어야 할 아이들의 교과서 속에서 제대로 된 문학 작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수학은 만의 자리 이상으로 여러 번 되풀이해 세고 계산하게 만든다. 생활 속에서 별로 쓰이지 않는 수까지 기계적으로 외우며 세어 간다. 혼합계산은 더하기(+)와 빼기(-), 곱하기(×)와 나누기(÷)가 섞여 있고, 소괄호ㆍ( )와 대괄호ㆍ{ }까지 한 문제에 들어 있다. 아직 사고가 구체적 현실 수준에 머물고 있는 아이들을 추상으로만 끌어당긴다.

사회는 낯설고 생소하며 방대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1학기 1단원의 시작부터 학습 어휘들은 '좌표, 축척, 지형, 등고선, 인문환경, 인구분포, 인구밀도' 등 줄줄이 헷갈린다. 사회 교과를 진행하기도 전에 어휘와 배경부터 가르쳐야 해 시간에 더 쫓기게 된다. 지도 살펴보기도 미숙한 아이들이 대축척과 소축척 지도를 비교해야 하고, 축척을 이용하여 실제 거리를 구해야 하는데 수학 시간에 비례를 배운 적이 없는 4학년의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 또한 촌락과 산지촌, 도시 그리고 시ㆍ도와 세계를 왔다 갔다 하는 공간은 널뛰듯이 제시되어 있다. 때론 소비자로, 시ㆍ도의 대표로, 선거의 후보자와 투표자로, 지역주민으로, 나아가 남성과 여성으로 역할을 바꾸어가며 카멜레온처럼 배워야 한다.

과학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뒤로한 채 틀에 박힌 학문의 영역으로 짜여 있다. 창의재단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 교과서를 만들었다는데 아이들의 특성을 반영하지는 못한 채 물질, 생명, 에너지, 지구와 우주의 4개의 영역을 한 학기에 한 단원씩 배우게 한다. 실험에서 도출된 결과를 과학적 개념으로 어디까지 이해하고 확산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발달 수준을 고려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실험 과정 외에 암기나 정리 활동이 따로 뒤따라야 한다. '무게 재기'에서 받침점을 옮겨 수평을 만들어 길이와 거리와 무게의 관계 알기와 물의 무게와 부피 변화의 개념 정리가 그렇다. 게다가 실험 관찰은 기록하는 양이 많아 결국 마무리 못한 기록은 부담스런 숙제로 이어진다.

쓰기 교과서는 4학년을 어른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결국 너무 어려운 교과서에 갈등하며 벅차게 배우고 있는 아이들 입장을 이해한다면 교사와 부모는 보충학습이나 사교육으로 더 부담을 가중하지 말고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 주어야 한다.

정현주( 공저자ㆍ 서울서초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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