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체력이 없는데 백신 접종이 효과가 있을 리 있나요. 안정적인 식량공급을 통해 평소 균형 잡힌 영양상태를 만들어 놓아야죠. 그 뿐인가요. 단열 냉방이 잘되는 집안 환경도 필요 합니다."
국제원조단체 '봄' 이사장 김원(68)씨는 지난해 6월 단체 설립 초부터 북한을 비롯한 빈국 지원이 백신 접종과 같은 일회성 원조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실제 올 초 북한 평양 어린이 요양소에 유기농 단지를 조성해 안정적인 채소공급 체계를 마련한 그는 "예전같이 비료를 지원했다면 땅도 메말라지고 작황도 나빴을 것"이라며 "의식주 전반을 통합 지원하는 게 사업의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평범한 건축가로 살아온 그가 해외원조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06년 북한어린이 지원단체인 '남북어린이어깨동무'와 함께 평양에 어린이병원을 짓는 데 참여하면서부터다. 그는 "결핵과 영양실조로 깡마른 북한 아이들이 주사를 맞을 때는 눈을 크게 뜨며 무서운 기색을 감췄다"며 "우리가 방문하기 전 미리 교육을 받은 것 같아 씁쓸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그는 병원을 지은 뒤 아이들의 회복을 돕도록 인근에 두유 공장도 건설했다. 남북 대치의 가장 큰 피해자는 북한 어린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작은 보탬이라도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김 이사장은 어린이를 위한 통합 지원책을 모색하게 된 건 2004년 서울대 의대 레지던트 의사들과 서울 달동네 어린이들에게 무료진료사업을 함께 했던 기억 때문이다.
"끼니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약을 처방하고 주사를 놓는 게 의미가 없었습니다. 분유회사에 지원을 요청해 영양을 보충 했고 건축과 학생들이 더위와 추위를 막아 줄 집을 지어줬죠."
'봄'의 북한 어린이 통합지원에는 그의 이런 철학이 녹아있다. 현재까지 북한 내 어린이 120만명에 대한 백신접종을 마쳤고 요양소 텃밭재배를 위한 농기계 15대, 결핵 병원 내 검사를 위한 내시경 20대 등을 지원하며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물론 독자적으로 사업을 하는데 한계도 있다. 그는 "외국 단체는 북한에 직접 들어가서 활동을 할 수 있는 데 반해 우리는 불가능 하다"며 "사후 모니터링 등 현지 활동을 독일의 국제원조단체인 카리타스에서 파견된 감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아쉬워했다.
이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김 이사장의 생각은 확고했다. 그는 "최근 몇 년 간 남북 관계 경색으로 정부든 민간이든 북한 지원 자체가 쉽지 않고 쌀, 비료 등이 제대로 전달되는지도 의문스러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어린이를 위한 인도적 지원만큼은 차질 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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