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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휴리스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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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휴리스틱스

입력
2011.05.3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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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라는 35세의 여성은 결혼한 지 5년으로, 사교적 성격이고,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았다.'이런 간단한 정보를 기초로 A의 현재 상황에 대해 '한 아이의 엄마일 것'과 '한 아이의 엄마이자 전문직 여성일 것'이라는 추측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면 의외로 후자를 택하는 사람이 많다. 집합과 확률의 기초만 떠올려도 금세 '한 아이의 엄마일' 확률이 그 부분 집합인 '한 아이의 엄마이자 전문직 여성일'확률보다 당연히 높은데도, '사교적 성격'과 'MBA'라는 정보가 환기하는 특정 이미지에 이끌리기 쉽기 때문이다.

■ 심리학이나 경제학에서 말하는 휴리스틱스(Heuristics), 그 가운데서도 '대표성(Representativeness)' 휴리스틱스의 예이다. 휴리스틱스는 '어림셈'이나 '경험칙'등으로 옮기지만 딱 들어맞지는 않는다. 인간은 인지와 정보처리 능력에 한계가 있고, 전통경제학이 말하듯 '효용을 극대화할 최적의 선택'에 필요한 시간 여유도 없다. 그래서 대개는 직감적으로 만족도가 큰 선택을 하기 쉬운데 이런 인지과정이나 의사결정 현상이 바로 휴리스틱스다. 언뜻 불합리해 보이지만 나름대로 법칙성이 있어 엉터리라고 내던지기 어렵다.

■ 학자들이 발견한 휴리스틱스는 부지기수다. 하루에 담배를 세 갑이나 피우고도 100수를 한 할아버지를 본 손자가 흡연은 건강과 무관하다고 믿어버리는 것은 '가용성(Availability)'휴리스틱스의 예이다. 닻을 내린 배가 파도에 쓸려도 닻을 중심으로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듯, 특정 정보에 과도하게 의존해 다른 정보를 좀처럼 받아 들이지 못하는 '닻(Anchor)' 휴리스틱스 등도 자주 거론된다. 휴리스틱스를 다면적으로 추적해 경제심리학, 행동경제학을 구축한 대니얼 캐너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그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 휴리스틱스의 효용성은 인간 진화사가 드러낸다. 전승된 지혜와 경험을 본능적으로 해석하고 대응하는 것만으로도 인류는 지금까지 자연도태를 피했다. 시시각각의 선택이 최선은 못되더라도 최악의 선택은 아니었던 셈이다. 인간사회의 사상(事象)을 다루는 지식이 완전한 합리성에 이를 수 없다면, 순식간에 차선(次善)ㆍ차악(次惡)을 파악하는 것은 주어진 한계 안에서는 최선일 수도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쏟아내는 정책의 합리성을 따지는 잣대도 추상적 최적성이 아니라 국민의 주관적 평가가 개입된 '만족도'가 될 수밖에 없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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