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사람의 공통점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자신이 하는 일에 투입한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일이 놀이이고, 취미가 일이다. 예컨대 뛰어난 연구 업적을 남기는 교수들은 주말에도 늘 학교에 나와 연구에 몰두한다. 학회 이외에는 따로 가족과 휴가를 떠나본 적이 없고, 연구실과 실험실을 오가는 일상을 되풀이한다. 심지어 식사 시간을 아끼려고 번잡한 시간을 피해 한산한 구내식당에 혼자 앉아 논문을 들여다보며 점심을 먹는다.
강요된 공부에 흥미 잃어
이렇게 살면 굉장히 지겹고 갑갑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사실은 정반대다. 자신이 원하는 일에 몰입함으로써 '나로서 살아가는' 기쁨을 누린다. 결코 교수직을 이용해 정치판을 기웃거리거나 다른 일로 돈 벌 궁리를 하지 않는다. 그럴 겨를도 없다. 자신이 교수라는 사실에 가장 만족하는 행복한 사람들이다. 굳이 말콤 글래드웰의 '10,000 시간의 법칙'을 거론하지 않아도, 이 같이 행복한 마음으로 일을 즐기는 사람은 성공할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일을 의무적으로 마지못해 하면서 산다. 이들에게는 휴일만 즐겁고 일은 지겹고 힘든 것이다. 학생 대상 연구결과들을 살펴 보아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에 대한 순수한 흥미가 급격히 감소한다. 한국교육개발원 데이터를 활용하여, 우리나라 중학교 2학년 6.908명이 고교 2학년이 될 때까지의 자료를 종단 분석한 적이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공부 자체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이 현저히 낮아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추세는 다른 나라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다만 만15세의 국가간 학업성취도를 보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공부에 대한 흥미도가 이미 최하위로 나타나고 있어 더욱 심각한 문제다.
어떻게 교육해야 우리 아이들이 공부에 흥미를 되찾고, 자신의 일을 즐기며 사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최근의 교육학 연구들은 무엇보다 강압적인 분위기가 아니라 스스로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율적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공부에 대한 흥미가 높다고 강조한다. 특히 최근 가장 주목 받는 동기 이론을 제시한 디씨와 라이언 교수, 존마샬 리브 교수 등은 아이들의 자율성을 키워주는 것이야말로 공부에 대한 흥미를 높여주고, 궁극적으로 행복과 학업성취도를 현저히 향상시킨다고 강조한다.
우리 교육현실은 자율적 환경과는 거리 멀다. 첫째는 우리 문화가 자율성보다는 부모의 기대에 맞추어 커주는 아이들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어머니에게 죄송해서'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런 학생들은 진정한 공부의 재미를 느끼는 것이 아니므로 높은 성취를 나타내기 어렵다.
둘째는 과도한 선행학습과 조기교육이 판치는 교육 현실이 문제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학습을 강요 받아 자율성이 처음부터 말살된다. 교육 전문가들이 과도한 선행학습은 학업성취도에 역효과를 준다고 아무리 일깨워도, 사교육의 입 소문 마케팅에 현혹된 부모들은"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그렇지만 실제로 강압적인 조기교육에 내몰린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 이미 '공부는 괴로운 것'이라고 받아들이게 된다. 마음 속 깊은 곳부터 공부를 혐오하고 두려워한다.
스스로 재미와 성취 얻도록
초등학교 1학년 때 벌써 학교에 가기 싫다, 공부가 싫다는 아이들이 많다. 당장 산수 문제 하나, 영어 단어 몇 개 더 외우는 대가로 아이들이 배우는 즐거움을 잃는 것은 엄청난 손실이다. 강요된 학습에서 아이들의 학업에 대한 흥미는 시들어만 간다.
아이들을 강제적으로 공부시키면, 당장은 높은 성취도를 나타낼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강압적인 일을 잠깐 열심히 할 수 있지만, 10,000 시간 이상 마음을 쏟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조기 선행학습에 매달리는 부모들은 꼭 기억하시길 바란다. 내 아이의 진정한 성공을 위한 전략의 핵심은 자율성에 있다는 점을.
김은주 연세대 교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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