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조작 파문으로 한국 프로축구가 1983년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승부 조작의 암세포가 프로축구계 전체로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K리그 수장이 직접 나서서 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위기 상황을 타개할 만한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정몽규(49) 한국 프로축구연맹 총재는 승부 조작 사태와 관련, 30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 총재는 이 자리에서 발표한 사과문을 통해 "팬들께 실망을 안겨 드린 것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 한국 축구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프로축구의 명예를 걸고 내가 앞장서 승부 조작과 불법 베팅을 발본색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는 못했다. 정 총재가 직접 기자회견을 개최한 만큼 강도 높은 해결책 제시가 기대됐지만 정 총재의 답변은 원론적인 범주를 넘어서지 못했다. 축구계 일부에서는 K리그에 만연돼 있는 승부 조작에 대한 의심을 뿌리 뽑기 위한 리그 중단, 혹은 문제가 된 컵 대회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 총재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경기는 계속 되야 한다"는 말만 거듭했다.'미온적 대책에 그치고 있다는 여론이 있다'는 질문에는 "검찰 수사 결과를 보고 정확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갑작스럽게 대책을 마련하기는 힘들다"고 답했다.
'퍼붓는 비로 지붕에 구멍이 뚫렸는데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겠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K리그 12라운드 경기를 위해 그라운드에서 나선 선수들은 졸지에 죄인이 됐다. 골을 넣고 포효하는 대신 사과문을 꺼내 들었고, 인터뷰 중에 눈물을 뿌렸다. 검은 돈에 눈이 먼 일부 선수들 탓에 대다수 선수들이 흘린 땀까지 의심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 구단 관계자는 "현재 K리그는 놀이터가 아닌 전쟁터"라고 불신이 만연한 살벌한 상황을 개탄했다.
지난 주말 열린 정규리그 12라운드를 소화한 K리그는 A매치 주간을 맞아 다음달 11일까지 경기 일정이 없다. 리그 중단이라는 부담 없이 승부 조작 사건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프로축구연맹은 31일부터 1박2일로 예정된 워크숍 개최 외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앞장서 발본색원하겠다"는 정 총재의 단호한 발언이 공허하게 들릴 수 밖에 없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