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캠퍼스 안에 기초과학 분야의 혁신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센터를 두는 것 자체가 우리로서는 큰 실험입니다. 하지만 솔베이와 한국의 기술력이 손 잡으면 큰 시너지를 얻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벨기에의 세계적 화학기업 솔베이의 크리스티앙 쥬르깽 회장은 30일 이화여대에 특수화학 분야 글로벌 본부와 R&D 센터를 세우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세계적 기업이 글로벌 본부를 한국에 세우는 것은 솔베이가 처음으로 2,150만 달러(약 230억 원)를 투자해 2013년까지 이대에 건물을 짓는다. 연구원 45명을 포함해 83명이 이 곳에서 일하게 된다.
솔베이사의 특수화학 분야는 연간 8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대에 들어설 글로벌 본부는 13개 나라 31개 법인에서 만드는 모든 품목에 대한 관리, 판매를 맡는다. R&D 센터에서는 리튬 2차전지, 태양전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에너지 및 정밀화학 관련 소재 등 기초 기술개발을 이대 연구 분야 인력과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솔베이의 시도는 새로운 형태의 산학협력이라는 측면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수 년 동안 유럽에서 산학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주르깽 회장은 "R&D 센터와 사업본부를 이름 있는 대학 캠퍼스 안에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인도, 중국에도 R&D센터가 있지만 이대 R&D센터는 종합적인 미래 기술을 개발하는 곳이기에 우리로서는 가장 중요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솔베이의 R&D 센터 유치전은 뜨거웠다. 중국 등 아시아의 다른 국가는 물론 국내에서 여러 대학이 유치 경쟁을 펼쳤고, 이대가 영예를 안았다. 김선욱 이대 총장은"솔베이의 세계적 연구 네트워크와 그 기술력을 적극 활용한다면 이대와 한국의 기술력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유치 과정에서 KOTRA의 투자전담기관 인베스트코리아(IK)도 한 몫 했다. 지난해 IK는 솔베이가 특수화학, 필수화학, 특수폴리머, 비닐 등 4개 부문으로 전사적 조직 개편을 하면서 특수화학 분야 본부를 해외에 둔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지식경제부, 서울시 등과 긴밀히 협력해 한국행을 이끌었다.
주르깽 회장은 특히 "(해외 진출에 있어) 지적재산권 확보와 집처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R&D 센터의 연구 결과를 한국 내 솔베이 생산 공장 그리고 한국의 고객사들에 곧바로 적용해 보고 이를 통해 상품화 할 수 있는 여건이 뛰어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솔베이는 25년 전부터 울산 온산에 공장을 운영하면서 반도체 세정제, 자동차 냉매용 불소계 화학물 등을 만들어 국내 대기업에 판매해왔다. 주르깽 회장은 "최근 인수한 프랑스의 화학회사 로디아 역시 온산에 생산 공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한국과의 협력은 돈독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 솔베이(Solvay)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를 소금에 작용시키는 암모니아-소다법(솔베이법)을 발견한 벨기에의 화학자 언스트 솔베이가 1863년 창립했다. 전 세계 40여 개 나라에 1만6,800만 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연간 95억 달러 매출을 올린다.소다회, 과산화수소, 고기능성 엔지니어링 수지 등에서 매출 세계 1위이고, 2차 전지ㆍ태양광 등 녹색 산업 분야에서도 앞선 기술력을 지니고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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