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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의 베이스볼그래피] <9> 따뜻함이 담겨있는 양현종의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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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의 베이스볼그래피] <9> 따뜻함이 담겨있는 양현종의 모자

입력
2011.05.30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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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KIA 양현종 선수의 모자에는 'CCR' 이라는 이니셜이 적혀있었습니다. 대부분의 팬들은 '여자 친구의 이름이겠지' 라고 생각했죠. 저 또한 마찬가지였고요. 그런데 그 이니셜에 담긴 양현종 선수의 따뜻한 마음을 저는 얼마 전 알게 됐습니다.

시즌이 한창이던 지난해 어느 날, 양현종 선수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혈액암을 앓고 있는 20대 초반의 한 여성 팬이었습니다. 양현종 선수는 전화로 맺어진 소중한 인연을 쉽게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그는 홀로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유니폼과 사인볼을 선물하면서 오랜 병원 생활로 지쳐있는 그의 곁에서 위로의 말을 건넸습니다. 딸의 웃는 모습이 참 오랜만이라고 어머니는 눈물을 훔쳤습니다. 꼭 병을 털고 일어나 야구장에서 직접 응원하기로 여성팬은 손가락을 걸고 약속 했지요. 그러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었지만 양현종 선수의 사인볼을 절대로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금도 양현종 선수의 사인볼이 영원히 잠든 그를 지켜주고 있습니다. 양현종은 마운드에 설 때마다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생각하며 힘을 내준 고마운 팬을 위해 항상 기도합니다.

양현종 선수의 선행은 그 이후로도 이어졌습니다. 그는 최근에도 광주 영아일시보호소를 찾아 아이들과 함께 뜻 깊은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기부에도 앞장서고 있죠. 양현종 선수의 팬 카페에서는 한창 야구용품 경매가 진행 중입니다.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희귀병을 앓는 네 살짜리 아이를 돕기 위해서라고 하네요.

지난 2월 가고시마 전지 훈련에서 만난 양현종 선수는 "야구장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나오는 게 올시즌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혹독하게 연습을 하겠다는 다짐이죠. 그는 야구에 대해서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승부사'지만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는 순수한 청년이기도 합니다. 양현종 선수의 모자에는 앞으로 또 다른 이니셜이 새겨질지 모릅니다.

KBS N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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