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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트위터를 닮은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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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트위터를 닮은 언론

입력
2011.05.3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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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의 살아있는 전설 라이언 긱스가 체면을 지켰다. 긱스는 29일 팀이 바르셀로나에 패한 유럽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팀 내 가장 높은 평점을 받았다. 38살 노장은 박지성보다 많이 뛰는 투혼을 보였다.

긱스의 활약이 돋보인 것은 최근 불륜 스캔들에 휘말린 때문이다. 두 아이의 아버지 긱스는 TV 리얼리티 쇼 배우 이모젠 토머스(29)와의 스캔들이 트위터에 공개돼 논란에 휩싸였다. 언론과 법원, 의회까지 번진 파문에 시달렸을 법한데도 그라운드의 긱스는 주눅들지 않은 모습이었다.

맨유 긱스 불륜 스캔들 논란

그 바탕은 21년 째 맨유 한 팀에서 뛸 정도로 성실한 자세일 것이다. 그러나 스캔들이 확산되지 않도록 법원이 보도금지명령(injunction)을 내린 덕을 본 듯하다. 긱스는 지난 달, 선정적 타블로이드 신문 더 선(The Sun)이 스캔들을 보도할 낌새를 보이자 법원에 사생활 보호를 위한 보도금지를 요청해 받아들여졌다.

이 때문에 더 선은 가명으로 스캔들을 간단히 보도하는 데 그쳤다. 트위터에는 실명과 온갖 소문이 나돌았으나, 진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다른 스포츠 스타들과도 사귄 전력이 있는 이모젠 토머스는 긱스에게'비밀유지'대가를 요구하며 몰래 사진까지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사회의 논란은 스캔들 자체가 아니라, 유명인 등 이른바 공인(public figure)의 프라이버시 권리와 언론 자유 가운데 어느 쪽이 우선 하느냐가 핵심이다. 더 선은 트위터 메시지가 7만5,000건 쌓인 것을 근거로 "더 이상 프라이버시 보호 가치가 없다"며 법원에 보도금지 해제를 청구했다. 영국 인권법이 적용되지 않는 스코틀랜드 황색 신문은 눈만 겨우 가린 긱스의 얼굴사진을 실었다. 캐머런 총리도"보도금지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23일 런던 고등법원은 보도금지해제 청구를 기각했다. "신문의 대서특필은 인터넷보다 프라이버시 침해와 고통이 훨씬 크다"는 이유다. 법원 결정으로 새삼 논란이 불붙는 듯하던 상황은 이내 반전됐다. 집권 연정의 존 허밍 의원은 의회에서 면책특권을 이용해"스캔들 주인공은 긱스"라고 발언, 국내외 언론이 일제히 보도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폭로 전문인 허밍은 "네티즌 7만5,000명을 모두 잡아 가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황색 언론은 "자유의 승리"를 외치며, 엄격한 프라이버시 보호법과 보도금지명령을 완화해야 한다고 목청 높였다. 정치권도 앞다퉈 동조했다. 위키피디아 창설자 지미 웨일스는"인터넷과 언론을 통제, 상류층 비리를 은폐하는 중국과 비슷하다"고 법원을 비난했다.

그러나 더 가디언 등 권위 언론은 무책임한 인터넷 여론에 영합하는 행태를 꾸짖었다. 공익성이 희박한 사생활 스캔들을 떠벌리는 트위터를 언론이 닮거나 정치가 부화뇌동하는 것은 도덕관념 없는 인터넷의 질서 파괴를 부추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이 실제 유럽 인권규약의 확고한 원칙을 넘어 법을 고칠 의지도 없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은 도덕관념 없어

이런 비판은 언뜻'댐이 무너졌다'는 평가와 동떨어진다. 긱스가 법원 명령을 어긴 언론과 개인을 고소하는 것도 부질없게 비친다. 그러나 의회와 법원 수장들은 실명 공개를 개탄하며 법원 권위를 해치는 면책특권 수정까지 거론했다. 트위터 측도 사용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법원이 요구하면 개인 신상정보를 넘길 뜻을 비쳤다. 트위터 본사가 있는 미 캘리포니아 항소법원이 지난 주, 다른 명예훼손사건을 다루는 영국 법원에 개인정보를 넘겨주라고 판결한 것과 관련 있다.

라이언 긱스의 흔들림 없는 선전(善戰)은 선과 악의 극단적 양면성을 지닌 트위터 등 새로운 소통 수단에 영국 주류 사회가 크게 흔들림 없이 대응하는 상징일 수 있다. 불륜 책임은 사적 차원에서 따질 일이다. 우리 사회와 언론이 스포츠 스타 등이 얽힌 비슷한 스캔들, 인터넷 논란에 올바로 대응하는지 함께 되돌아 볼만 하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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