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축구계를 뒤흔들고 있는 프로축구 K리그 승부조작 파문이 정종관(30ㆍ서울유나이티드) 선수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정 선수의 자살은 프로축구연맹과 구단들이 승부조작과 관련한 불법행위를 뿌리 뽑겠다는 각오를 다진 직후 알려져 충격이 더욱 크다.
윤기원(24ㆍ인천)의 자살에 이어 또 터진 정 선수의 죽음에 축구계는 초상집 분위기다. 한 지도자는 “재능 있는 선수였는데 돈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한 것 같다. 한국축구의 비극”이라고 개탄했다. 지금껏 20명 이상의 선수가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검찰의 수사망이 점차 확대되고 있어 초대형 스캔들로 확산될 전망이다. 심지어 국가대표 출신 스타급 선수들도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K리그는 총체적 난국으로 빠져들고 있다.
해외에서도 의심, 컵대회 몰아주기 의혹
오래 전부터 K리그의 승부조작은 선수와 관계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지난해에는 해외 베팅업체까지 K리그의 승부조작을 의심한 사례까지 있었다. 홍콩의 한 베팅업체가 한국의 베팅업체에 문의한 경기는 지난해 열린 정규리그 ‘6강 플레이오프’. 한 관계자는 “프리킥을 허용한 위치와 수비벽까지 승부조작 시에 나오는 전형적인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2008년 내셔널리그와 K3리그 승부조작 파문 때처럼 해외 자금이 유입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해외와 국내의 불법 사설 토토 세력들은 비중이 낮고 관심밖에 있는 컵대회를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한국에선 컵대회가 어느 새 ‘1.5군들이 뛰는 대회’라는 인식이 생겼고, 브로커와 세력들은 이를 집중적으로 파고든 것으로 분석된다. 에이전트 A씨는 “컵대회는 시ㆍ도구단이 빅클럽에 양보하는 대회이고, 공공연하게 ‘몰아주기’하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고 털어놓았다.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다’ 불신 팽배
승부조작 혐의로 구속된 대전과 광주의 무명 선수들 외에 스타급 선수들도 관여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이미 전 국가대표 출신 김동현 선수가 승부조작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국가대표로 활약한 C씨와 J씨, L씨도 ‘블랙 머니’ 연루자로 지목되고 있다. 선수 A씨는 “국가대표 선수급도 승부조작에 관여했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서로 이야기는 안 하지만 제발 저린 선수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스타급들은 승부조작 브로커와 선수들 사이를 잇는 연결고리인 ‘중간 브로커’ 노릇을 했다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특정 구단을 의심하는 선수도 있었다. B씨는 “지난해 재정적인 상태가 극도로 나빠진 구단 선수들이 돈벌이를 위해 승부조작에 관여했다는 소문이 퍼졌다”고 전했다.
‘불신이 불신을 낳고 있다’는 말이 K리그 승부조작 사태를 함축하고 있다. 한 선수는 “설마 설마 했는데 소문이 사실로 드러났다. 누굴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만약 소문으로 떠도는 승부조작 연루자들까지 소환된다면 K리그는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릴 전망이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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