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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승부조작 자살비극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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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승부조작 자살비극 불렀다

입력
2011.05.3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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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K리그와 3부 리그인 챌린저스리그 서울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정종관(29) 선수가 "승부 조작에 가담한 것이 부끄럽다"는 유서를 남기고 30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정씨는 이날 오후 1시30분께 강남구 신사동 P호텔 객실에서 숨진 채 호텔 직원에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발견 당시 정씨는 호텔가운을 찢어 만든 끈으로 목을 맨 상태였으며, 끈은 벽장 옷걸이에 걸려 있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창원지검 특수부(부장 이성희)는 "정씨가 구속된 브로커 2명과 이들로부터 돈을 받은 2명의 선수를 연결해준 혐의를 잡고 25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해왔다"고 밝혔다. 정씨는 한때 경남FC에서 선수생활을 한 브로커 김모씨와 고교 축구부 동문이고, 브로커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광주FC 골키퍼 성모(31)씨와는 2004년 전북현대에서 함께 뛰었다.

호텔 관계자는 경찰에서 "이날 0시50분께 투숙한 정씨가 체크아웃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아 객실 문을 따고 들어가 보니 숨져 있었다"고 밝혔다.

객실 테이블 위에는 A4용지 1장과 객실 메모지 5장으로 된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가족에게 미안하다. 승부조작 당사자로서 부끄럽다.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선수들은 내 친구들인데 내 이름 진술 안 하는 것은 의리 지키려고 그러는 거다. 모두 내 책임이다. 내가 시킨 거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객실에서는 1병 반 가량 마시다 만 소주병 2개와 방전된 휴대폰이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객실에 외부인 침입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유서가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정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유족과 상의해 부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지난해 초까지 서울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정씨는 K리그 전북현대에서 2007년 시즌까지 미드필더로 활약했으며 염기훈, 김형범 선수 등과 함께 그 해 전북현대의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이듬해 초에는 병역법 위반으로 실형을 살았으며 출소 뒤에는 서울유나이티드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 지난해 1월 18일부터 송파구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문화재(방이고분) 관리 업무를 해왔다. 송파구 관계자는 "정씨는 금요일까지 정상 출근해 근무했으며 30일 무단 결근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승부조작에 가담한 대전시티즌 선수 4명을 구속한 데 이어, 광주FC 골키퍼 성씨가 받은 돈 1억원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곽규홍 창원지검 차장검사는 "성씨가 받은 1억원이 동료 선수들에게 얼마나 전달됐는지, 승부조작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확인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성씨의 소속 구단은 물론, 다른 구단 선수들에게도 (돈이) 흘러 갔는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성씨는 검찰에서 돈 받은 혐의는 시인했지만 동료들에게 돈을 건네지는 않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규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는 이날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사과문을 발표한 뒤 "모든 방법을 동원해 K리그 승부조작을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창원=이동렬기자 dylee@hk.co.kr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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