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에 출입하는 후배 기자에게 의논할 일이 있어 전화를 했더니 통화가 안 된다. 한참 후에 전화가 왔다. 기자가 전화를 안 받느냐고 하니 요즘 고엽제 때문에 비상이라 한다. 갈라진 목소리를 들어 보니 연일 밤샘을 하는 것 같았다. 고엽제란 이름의 뜻은 낙엽제다. 나무의 잎을 제거하기 위한 농약의 일종이다. 하지만 고엽제는 이름과는 달리 숲을 죽이고, 베트남 국민을 죽이고, 우리 국민을 죽이는 공포의 대명사다. 고엽제 살포는 베트남전에서 끝난 작전이 아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후유증이 존재하는 현재 진행형이다. 국가보훈처가 밝힌 3월 말 현재 고엽제 후유증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는 피해자가 무려 11만2892명에 달했다. 놀라운 것은 고엽제 후유증 2세로 지원받는 환자가 57명이라고 한다. 고엽제가 대를 이어 고통을 주고 있다. 사람이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이 사람에게 무서운 재앙이 된다는 것을 고엽제가 보여 주고 있다. 거기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의 미군기지 캠프 캐럴에 묻혔다는 고엽제 의혹에 대한 한미 양국의 공동조사가 시작됨에 따라 고통의 진원지가 국내로 옮겨질 것 같아 두렵다. 미군이 우리 땅 곳곳에 고엽제를 마구잡이로 묻어놨다면 이건 심각한 문제다. 그 때문에 이유도 모른 채 고통받아 온 국민이 있다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 시간에도 고엽제를 취재하는 후배를 걱정한다.
시인ㆍ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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