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11시 시화방조제를 건너 경기 안산시 단원구 대부도에 들어서자 높게 솟은 은색 철골들이 나타났다. 방아머리 문화공원에 새 둥지를 튼 동춘서커스 공연장이었다. 인부들이 뙤약볕 아래 철골 사이에 고정용 와이어를 걸고 있었다.
한쪽에는 컨테이너 여러 개가 두 줄로 놓여 있었다. 외국인 20명을 포함해 약 50명에 이르는 서커스 단원들이 숙식을 해결하는 공간이다. 첫 공연은 내달 4일 열리지만 일부 단원들은 벌써 현장에서 생활하며 공연 준비를 거들고 있었다. 철골 위에 거대한 천막을 씌우고, 관람객용 좌석을 설치하면 국내 유일한 서커스단의 공연 준비가 완료된다.
86년 전통의 동춘서커스가 안산 대부도에서 재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그 동안 전국을 떠돌며 6만5,000여 차례 공연을 펼친 동춘서커스지만 대부도 공연은 특별하다. 흥행만 된다면 오매불망 기원해온 상설공연장 건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동춘서커스는 2004년 부천영상문화산업단지 안에 첫 전용공연장 설립을 추진했지만 자금난으로 무산된 바 있다.
안산시와 동춘서커스는 올해 3월21일 ‘동춘서커스 상설공연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대부도 관광 활성화를 꾀하는 시와 공연장소를 찾던 동춘서커스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 시는 시유지에 점용허가를 내주고, 공연장 설치를 위한 행정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반응이 좋으면 상설공연장을 세운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시 관계자는 “올해 12월께 시화호 조력발전소가 완공되면 관광객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캐나다 퀘백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태양의 서커스’가 전 세계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것처럼 동춘서커스도 대부도의 명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커스 공연은 11월 말까지 약 6개월 간 하루에 세 차례 진행된다. 동춘서커스는 약 45개의 레파토리를 보유했지만 90분간에 소화할 수 있는 15~16개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중에는 동춘서커스가 자랑하는 공중곡예도 포함된다. 한 회 최대 관람인원은 700여 명. 동춘서커스 측은 최소 400명은 들어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관람객이 넘치는 주말과 휴일은 걱정이 적지만 평일이 문제다. 1925년 동춘서커스를 창단한 박동춘 초대 단장의 양아들이자 3대 단장인 박세환 단장도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어려운 곳이라 성공 가능성은 50%”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박 단장은 “동춘서커스는 동양 최고의 전통을 자랑하는 국내 유일 서커스지만 다른 문화예술에 비해 외면 받은 게 사실”이라며 “우리마저 무너지면 공연의 한 장르가 국내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글ㆍ사진=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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