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30일 역사적인 민족 영웅들을 기리는 기념의식이 열린 가운데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에서는 이날을 기해 몽골족의 반정부 시위가 대규모화할 조짐이 보이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10일 과도한 개발에 맞선 한 몽골족 유목민을 한(漢)족 운전사가 대형트럭으로 치여 숨지게 한 사건이 발단이 되면서 불붙기 시작한 몽골족의 항의시위는 3주째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고 있다.
네이멍구에서는 24일 시린하오터(錫林浩特) 정부 청사 앞에서 학생과 노동자 등 2,000여명이 항의시위를 벌이는 등 곳곳에서 산발적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 공안당국은 이 지역에 준 계엄령을 선포하고 국내외 언론매체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 현지 상황이 외부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네이멍구 공안당국은 이번 시위가 당초 유목민의 항의로 시작돼 몽골족 출신 대학생과 노동자들이 합류하면서 세력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 대학가 등 시위 유발지역에 대해 봉쇄조치를 취하고 있다. 공안당국은 29일부터 인터넷 채팅방에 대한 통제에도 나섰다. 또 무장경찰을 중ㆍ고교와 대학가에 대거 배치하고 주요 정부기관 등에 대한 경계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 본부를 둔 남몽골 인권정보센터는 네이멍구내에서 대규모 시위 가능성을 예고, 중국 당국을 잔뜩 긴장시켰다. 후춘화(胡春華) 네이멍구자치구 당서기는 ‘몽골족 달래기’에 나섰다. 후 서기는 유목민 사망사건의 가해자를 엄중히 처벌할 것을 지시하고, 피해자 가족에게 위로금을 전달하는가 하면, 시위가 발생하고 있는 학교들을 잇따라 방문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시위가 자칫 중국판 ‘재스민 혁명’촉구 움직임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의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이번 시위의 경우, 네이멍구내 급증하는 한족 유입과 이들의 탄광 난 개발로 삶의 터전인 유목을 위협받고 있는 몽골족의 궐기가 근본 배경“이라며 “중국 정부의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으면 분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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