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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양硏 독도연구사업단 해양생태지도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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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양硏 독도연구사업단 해양생태지도 완성

입력
2011.05.2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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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파단(Sipadan). 다이빙 여행지로 유명한 말레이시아의 작은 섬이다. 이 섬엔 남다른 사연이 있다. 이 섬을 놓고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가 30년 넘게 서로 자기 땅이라고 다퉜다. 급기야 1997년 두 나라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영유권 분쟁 소송을 냈고, ICJ는 2002년 말레이시아의 손을 들어줬다. 말레이시아가 이길 수 있었던 근거는 외교도, 법도 아니었다. 바로 과학이었다.

해양학자들은 시파단의 사례를 들며 독도도 마찬가지라고 입을 모은다. 독도 해양생태지도가 앞으로 국제사회에 독도가 우리 땅임을 입증하는 가장 확실한 근거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얘기다.

독도도 시파단처럼

ICJ가 시파단을 말레이시아 영토로 결론 내린 것은 말레이시아 정부와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시파단에 사는 거북을 관찰하고 보호했던 기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판결은 연구활동이 영토 분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로 기록됐다. 말레이시아는 재판이 끝나고 보란 듯이 시파단 주변 바닷속 생태지도를 책으로 발간해 세계 곳곳에 배포하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원 독도연구사업단은 바로 이 시파단 사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독도를 대표하는 수중경관이나 생물상이 나타나는 지점 10여 곳을 정하고 물 속에 직접 들어가 각 지점마다 깊이 수십m 지점까지의 지형도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어떤 생물이 어느 깊이, 어느 위치에 살고 있는지를 일일이 확인해 지형도에 표시한다. 예를 들어 수심 약 15m에 있는 독도 서도 연안의 혹돔굴 입구 천장에는 부채뿔산호가 많이 살고, 입구 위쪽 언덕에는 대형 갈조류인 대황이 숲을 이루고 있다. 이렇게 해서 독도의 첫 수중생태지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명정구 독도연구사업단 책임연구원은 "수십 년 동안 이런 조사 데이터가 축적돼야 국제사회에서 국토 보호 활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이번에 생태지도를 만들면서 확립한 조사 지점과 수중조사 경로 등을 표준 삼아 해마다 같은 방식으로 독도 조사가 계속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실 지금까지 여러 과학자들이 독도에서 생태조사를 해왔다. 그러나 조사 지점도, 경로도, 장비도, 생물종도 대부분 제각각이었다. 해마다 예산이 투입됐지만 독도와 주변 환경에 대한 장기적인 변화 추이를 분석할만한 지속적인 자료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이유다. 예를 들어 1960년대부터 독도 바닷속에서 갯녹음이 발견되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얼마나 진행되고 있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이를 분석하려면 수년 동안 표준 매뉴얼에 따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한다.

이 같은 데이터가 쌓이면 해양보호 정책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바다 관리를 잘 하고 있다고 꼽히는 나라는 호주다.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라고 불리는 호주 북동부 연안은 연구 활동만 허용하는 절대보존구역부터 어업 활동과 관광을 일부 허용하는 일반이용구역까지 7단계로 나뉘어 있다. 단순히 보호구역과 비보호구역으로 구분하는 우리나라 방식과 다르다. 지역 어민들과 마찰을 빚을 일도 없다. 이 같은 세심한 정책은 바닷속 환경과 생태계에 대한 철저한 사전조사가 필수다.

다이빙 실력+과학지식

지난해 울릉도에서도 같은 조사가 이뤄졌다. 울릉도의 수중경관이나 생물종을 대표하는 6개 지점의 바닷속 지형도를 그리고, 수심별 위치별로 살고 있는 생물을 표시한 울릉도 바닷속 생태지도는 지난해 이미 완성됐다. 당시 조사에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해송이 모여 사는 군락지가 울릉도의 부속 섬인 죽도에서 처음 발견되기도 했다. 죽도 선착장 아래 수심 약 40m 지점에서다. 울릉도와 독도에 이어 올해부터는 제주도 남쪽의 문섬과 범섬, 숲섬, 지귀도 등에서도 같은 방식의 해양 생태지도 제작이 시작됐다.

문제는 사람이다. 바닷속에서 자연스럽게 활동이 가능한 다이빙 실력과 눈으로 해양생물을 구분하고 그릴 줄 아는 과학지식을 모두 갖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번 울릉도 독도 조사에는 하는 수 없이 일반 다이버들까지 동원됐다. 젊은 해양학도들조차 이 분야를 외면하는 게 현실이다. 체력적으로도 힘든데다 2, 3년에 논문 한 편 나올까 말까 하기 때문이다. 논문 편수로 연구 실적을 평가하는 한국 과학계에서 해양조사에 선뜻 뛰어들 학자는 많지 않다. 국가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나 논문을 쓰기는 쉽지 않은 이 같은 연구 활동에 대해선 평가 기준을 달리해야 한다고 해양학자들은 강조한다.

명태는 없는데 청어는 풍년?

4, 5년 전부터 경남 통영 연안에서 청어가 잡히고 있다. 현지 어민들에 따르면 80여년 만이란다. 청어는 전형적인 냉수성 어종이다. 역시 찬물에 사는 명태는 씨가 말랐는데 참 희한한 일이다. 명태가 없는 걸 보고 지구온난화로 우리 바다가 따뜻해진 거라는 추측도 나오는데, 청어나 대구 같은 다른 냉수성 어종은 우리 바다에서 잘만 산다. 이를 두고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래도 지구온난화 영향을 받고 있다고 봐야 할지, 남획 때문이라고 봐야 할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

결국 해답은 한반도를 둘러싼 바닷속을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얻을 수 있다. 이번 독도와 울릉도, 남해안 섬들의 해양생태지도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바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물줄기는 쿠로시오 해류에서 갈라져 나오는 대마난류다. 대마난류의 영향으로 한반도 해양 표층이 따뜻해지고 있다는 데는 많은 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심층은 다를 수 있다. 표층 흐름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냉수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명 연구원은 "우리 남해 연안은 수심이 얕아 계절에 따라 수온 차이가 크고 먼 바다에선 크고 작은 해류 5, 6개가 항상 지나다니기 때문에 바다가 뜨거워지고 있다고 단정 짓기엔 무리가 있다"며 "백령도와 가거도 제주도 마라도 백도 홍도 등 주요 섬마다 해양 생태지도를 만들어 계속해서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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