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참패 이후 등장한 한나라당 신주류 지도부가 추가 감세 철회 등 논란을 낳을 수 있는 정책들을 한꺼번에 쏟아내고 있다. 대부분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하고 내놓은, 설익은 정책이어서 "포퓰리즘 정책이 아니냐"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이른바 '친서민 색채 강화' 정책을 연일 내놓고 있다. 정책 전문가들은 "여당이 친서민 정책을 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평소에 추진하지 않았던 선심성 정책들을 정부와 협의도 하지 않고 쏟아내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신주류 원내지도부가 출범 후 29일까지 24일 동안 제시한 민생 정책 중 눈길을 끄는 것만 해도 7건에 이른다. 첫 출발은 이명박정부의 감세 기조를 흔드는 추가 감세 철회 정책 제시였다.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구간 세율을 각각 2% 포인트 인하하려던 정부 방침을 철회시키겠다는 것이다.
그 뒤에도 이른바 '반값 등록금'이라 불린 등록금 부담 완화 정책, 전월세 상한제 부분 도입, 이자제한법 개정 방침 등을 제시했다. 등록금 부담 완화 정책은 국가 장학금 지원 대상과 규모를 대폭 확대해 소득 하위 50%계층까지 구간별로 차등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수혜 대상을 평균 B학점 이상에 한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한 소요 예산은 최소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월세 상한제는 전월세 급등 지역에 한해 인상 폭을 제한하는 정책이며, 이자제한법은 대부업계의 이자율을 연 30%로 제한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재개발ㆍ재건축 지역에 한해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진섭 정책위 부의장은 "재개발ㆍ재건축 지역은 분양가 상한제를 풀지 않으면 자기부담률이 높아서 사업이 무산될 수 있다"면서 주택법 개정 추진 방침을 밝혔다. 또 수업 잘 하는 교사가 일정 기간 근무한 뒤 전문성을 살린 수석교사가 돼서 수업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6월 임시국회에서 입법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여당이 정부와 재원 확보 대책을 충분히 상의하지 않고 정책을 발표한 데 대한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제통인 나성린 의원은 "새 지도부가 당내 의견도 취합하지 않고 당정협의도 없이 중요한 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집권당의 자세가 아니다"며 "이는 포퓰리즘 논란을 부르면서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28일 당정청 9인회동에서 정부가 대규모 재정 부담이 수반되는 정책에 대한 사전 당정협의를 요구하고 당이 이에 동의한 것은 이런 비판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민심을 고려한 정책 수정을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지만 지금처럼 당정이 갈등을 일으키는 방식으로는 오히려 국민을 혼란스럽게 한다"며 "예산 확보와 정책 방향에 대한 당정간 사전 논의가 전제돼야 의구심을 없애고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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