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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부품 구합니다" 일본, 계속되는 러브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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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부품 구합니다" 일본, 계속되는 러브콜

입력
2011.05.2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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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김해에서 조선 기자재와 선박 엔진 부품 등을 만드는 A사는 일본에 보낼 물건을 마련하느라 눈 코 뜰 새가 없다. 예년 같으면 한 두 건 정도였던 일본 수출 계약이 올해는 벌써 6건이나 성사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심지어 일본 회사들이 최대한 많은 물량을 달라는 바람에 외주업체에서 모자란 물건을 충당할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 28일 A사 관계자는 "전에는 중간 무역업자를 통해야만 일본 수출이 가능했지만, 최근엔 일본 파트너사와 직접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며 "일본에 거점을 마련하는 것도 훨씬 쉬워졌다"고 말했다.

일본 도호쿠(東北) 대지진이 일어난 지 3개월 가까이 되면서 우리 부품소재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고 있다. 일본 내에서 부품을 마련해 오던 일본 제조업체들이 부족한 물건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 업체에 뜨거운 관심을 보내고 있는 것.

일본 도시바기계는 30일부터 이틀 동안 한국무역협회가 한국 부품소재 기업 60여 개 사와 개최하는 '일본대기업 초청 부품소재 수출상담회'에 4개 사업부 10여 명의 구매담당자를 보내기로 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번 행사에서 30가지가 넘는 한국산 부품을 구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고작 4종류의 한국산 부품을 산 것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것. 일본의 대표적 전기ㆍ전자기기 제조 회사인 히타치제작소는 주물, 단조, 기계 가공 등 경쟁력 있는 한국산 부품을 조달하기 처음으로 한국을 직접 찾는다. 무역협회 관계자는"지난해까지는 일본 기업들이 샘플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만들어 줄 수 있겠느냐는 식으로 요청을 했다"며"올해는 일본 대기업들이 먼저 한국산 부품 구매를 위한 행사가 없는 지 찾아 다닐 정도"라고 전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진 피해를 입은 일본의 생산 시설이 올 10월까지는 70~80% 복구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지진 발생 이전의 생산성과 부품, 소재 공급 체계 등을 따져볼 때 완전 회복 때까지는 3~5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무엇보다 전력 부족이 심각하다. 도쿄를 포함한 일본 간토(關東)지역이 최소 2년은 전력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부지역 하마오카 원전이 멈추면서, 제조업체들이 모여있는 중부지역과 서일본까지 전력 공백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지진 영향으로 문 닫은 회사가 102개(5월 17일 기준)나 되고, 상장기업 손실액이 최소 6,000억엔 이상일 정도로 일본 경제 전반이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전망이다.

일본 부품 소재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고, 결국 상당수 일본 기업들은 한국, 중국, 대만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부품 공급 체계를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 도레이경영연구소는 최근"앞으로 일본 기업들은 대만, 한국 등과 연대를 통해 아시아 지역을 포함한 부품소재 생산ㆍ조달 체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그 동안 대일 무역 역조의 이유가 부품, 소재 분야의 부진 때문이었다"며 "장기적이고 치밀한 전략으로 대일 무역 수지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1~3월 대일 부품 소재 수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33.3% 증가한 39억 달러를 기록했다.

박기임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심각한 공급 부족을 해결하려고 일본이 수입 통관ㆍ검역 기준을 낮추는 등 수출 조건이 좋아지고 있다"며 "그러나 일본 내 생산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이런 조건들은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이번 지진 피해 지역의 일본 부품, 소재 업체들은 주로 기술경쟁력을 무기로 한 1,2차 협력 업체들"이라며 "한국의 제조 경쟁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이들 회사들과 공동 사업 추진, 전략적 제휴 관계 구축, 경영 자원 교류 등을 통해 대일 협력 사업에 과감히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연구원은 이어"일본 중소 자동차 부품 제조사들이 공동으로 중국 장쑤성에 일본자동차부품단지(JAPIC)를 만들고 있는데, 5년 안에 400개가 넘는 회사가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로 생산 기지를 옮기려는 일본 내 중소업체들이 한국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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