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휴대전화를 빨았다. 주머니에 휴대전화가 들어 있는 줄 까맣게 모르고 남편이 벗어둔 옷을 무심코 세탁기에 넣어버린 것이다. 사태를 파악했을 땐 이미 한참 늦은 뒤였다. 물과 세제를 한꺼번에 먹은 휴대전화는 완전히 먹통이 됐다. 결국 남편은 휴대전화를 새로 샀다. 우리 가족의 첫 스마트폰은 이렇게 해서 생겼다.
39개월짜리 우리 아이가 제일 좋아한다. 작동법을 몇 번 가르쳐줬더니 이젠 엄마 아빠 도움 없이도 좋아하는 노래나 애플리케이션을 척척 튼다. 투정 부릴 때 스마트폰 쥐어주면 금세 조용해지니 솔직히 좀 편해지기도 했다. 한편으론 벌써부터 전자기기 갖고 놀게 하는 게 아이에게 좋을 것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말이다. 최근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어른보다 아이에게 더 해로울 수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전자파공학연구팀은 1, 3, 5, 7세 남자아이 인체조직 데이터를 컴퓨터에 넣고 전자파가 얼마나 흡수되는지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그 결과 5세 남아의 전신 평균 전자파 흡수율 최대치는 124마이크로와트(㎼)/kg으로 20세 남자(83㎼/kg)의 약 1.5배로 나타났다. 1세는 117㎼/kg, 3세와 7세는 119㎼/kg로 모두 20세 남자의 1.4배를 넘었다.
인체조직에 전자파가 흡수되면 순간적으로 온도가 올라간다. 그러다 인체의 자동온도조절 시스템이 작동하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다. 전자파가 인체에 얼마나 해로운지 아직 명확하지는 않지만, 심하게 노출되면 조직 온도가 급상승해 생리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예상한다. 같은 세기의 전자파에 노출됐을 때 발달 정도가 다른 아이와 어른 조직이 받는 영향이 다를 수 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실제로 이번 시뮬레이션 결과 전자파 흡수율 최대치가 측정된 주파수는 키에 따라 달랐다. 키가 작을수록 주파수가 높은 전자파를 많이 흡수했다. 연령대별로 유의해야 할 주파수 대역이 다름을 시사하는 결과다. 최형도 ETRI 전자파공학연구팀장은 "전자파 방출을 규제하는 국제 권고기준은 키 170cm의 성인을 모델로 정해져 있다"며 "전자파를 흡수하는 양상이 어른과 다른 어린이의 신체 특성을 고려해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시뮬레이션에선 전신에 대한 영향을 측정했다. 휴대전화의 전자파는 신체 일부분에 집중된다. 머리 크기나 귀 모양 등에 따라 개인 차도 크다고 알려져 있다. 전자파가 우리 아이들 건강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한 연구가 절실한 시점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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