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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산업의 쌀 열린다] (2) 미래의 첨단 필터-웰크론의 다기능성 고분자 '멤브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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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산업의 쌀 열린다] (2) 미래의 첨단 필터-웰크론의 다기능성 고분자 '멤브레인'

입력
2011.05.2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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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염수 정화부터 방사성 물질까지 걸러낸다' 産學硏 공동 전선

20일 충북 음성의 웰크론 생산공장. 멜트브라운(MB) 부직포 생산 기계의 노즐에서 고온고압 상태의 원료가 가는 실 모양으로 쉴새 없이 분사된다. 그 옆으로 센 바람을 쏘자 실들이 날리며 서로 엉겨 붙어 하얀 융단 같은 부직포가 돼 커다란 롤러에 둥글게 말린다. 이종식 MB생산팀장은 “고온고압의 바람을 통해 실을 아주 가늘게 늘이는 원리”라며 “이를 통해 1~5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한 공기구멍을 가진 부직포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이 부직포는 황사 방지용 마스크, 공기정화ㆍ수처리 필터 등에 쓰인다.

다양한 기능성을 가진 고분자 물질인 멤브레인(Membrane)은 액체 또는 기체의 혼합 물질에서 원하는 입자만을 선택적으로 투과ㆍ분리하는 차세대 핵심 소재로 분리막 등으로도 불린다. 섬유 표면에 난 미세한 구멍의 크기를 달리해 원하는 물질을 걸러 내는 원리다. 수증기 상태의 땀은 배출하고 액체 상태의 물은 차단하는 고어텍스 섬유도 기초적이긴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 멤브레인 기술을 활용한 제품이다.

멤브레인은 소재에 난 구멍의 크기에 따라 큰 것에서부터 마이크로필터(MF), 울트라필터(UF), 나노필터(NF), 역삼투필터(RO)로 나뉜다. 특히 RO의 경우 최근 RO필터를 사용한 정수기가 방사성 물질인 요오드ㆍ세슘 등을 걸러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기술은 오염된 물을 정화해 재활용 하거나 해수를 담수로 거르는 수(水)처리, 수소연료전지 개발, 에너지 절감 공정 등 광범위한 용도로 쓰일 수 있다. 반도체 등 첨단 장비를 만드는 과정에서 먼지 등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세척 도구ㆍ공기차단막 등에도 활용된다. 의료 분야에서는 인공혈관, 인공콩팥 등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기대되고 있다. 그만큼 기술 개발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우수하다. 특히 기존의 수처리 산업과 달리 전기ㆍ화학적 방법이 아닌 물리적인 막을 사용해 물을 걸러내는 방식이어서 경제성, 친환경성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극세사 기술로 잘 알려진 웰크론은 효성, 코오롱 등과 힘을 합쳐 MF 관련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웰크론은 중소기업이지만 1998년부터 ▦반도체 및 전자산업용 초극세사 와이퍼 개발(2000년) ▦초극세 복합소재를 활용한 여과매체 개발(2004년) 등 10여개의 국책과제를 맡아온 경력을 인정받았다. 이창환 웰크론기술연구소 소장은“MF는 멤브레인 기술 중 가장 기본이 되는 단계지만 사용범위가 제일 넓다”며 “그만큼 시장성이 넓다”며 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실 기초적인 멤브레인 기술은 20여년 전 개발됐다. 그러나 경제성이 낮아 시장에서 외면 받았다. 1900년대 개발된 액정이‘쓸 데 없는 유리’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미국의 고어(Gore)사와 일본의 도레이사 등에서 관련 기술을 꾸준히 개발해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우리도 관련 기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술의 핵심인 기공을 얼마나 미세하고 균일하게 만드냐에서 차이가 있다. 지식경제부 한국기술평가관리원(KEIT)은 국내 멤브레인 관련 기술은 현재 세계 수준의 85% 정도로 보고 있다. 전한수 KEIT 주력산업평가 단장은“하지만 아직까지는 어느 나라도 높은 수준의 기술개발이 완료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격차를 얼마나 빨리 줄일 수 있느냐에 따라 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달라 질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기체분리막 소재 원천기술은 우리 기술에 대한 희망을 더한다. KIST의 기술은 이 분야에서 기술력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미국 에어프로덕트(Airproduct)사를 앞선다고 보고 있다.

업계는 멤브레인 기술을 끌어올려 2018년 약 113조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세계 멤브레인 시장의 약 30%를 점유해 34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수처리 사업분야에서는 멤브레인 방식이 급부상하고 있어 관심이 크다.

영국의 물전문 리서치 기관 글로벌워터(GWI)에 따르면 2007년을 기준으로 7조원 정도로 추정되는 멤브레인 시장은 연평균 19.5% 성장해 2016년에는 33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같은 기간 물 산업 전체의 성장률 4.7%보다 4배 이상 높은 성장률이다.

멤브레인 개발에는 국내 대ㆍ중소기업은 물론 대학, 연구소가 힘을 모으고 있다. 각자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 개발함으로써 시너지효과를 얻겠다는 생각이다. ▦정수처리막 ▦담수처리막 ▦연료전지용 강화복합막 ▦기체 분리막 등으로 역할을 나눠 소재ㆍ제조 기술개발을 향해 뛰고 있다. 이들은 2018년까지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이후 사업화를 본격 추진한다.

정수처리막 소재 원천기술 개발팀에 속한 웰크론은 특히 MF 생산을 위한 공정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생산설비도 2018년까지 지금의 3배 수준으로 늘이기로 했다. 이창환 소장은“소재의 활용 범위가 큰 만큼 추가 가공 기술 개발 등으로 새로운 중간재를 만들 수도 있다”며“일본뿐 아니라 충남대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섬유산업현합회 등과 협력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음성=이동현기자 nani@hk.co.kr

■ "멤브레인 기술력, 세계 1위 시간문제" 국내 화학기업 도전

국내 다른 기업들도 멤브레인 시장을 주목하며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화학 기업들은 지금까지 쌓아온 생산의 노하우를 강점으로 친환경 고부가가치 기술로 꼽히는 멤브레인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세계 1위 기술력 확보가 목표다.

웅진그룹의 경우 웅진케미칼을 통해 수처리용 필터 개발ㆍ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웅진케미칼은 1994년 국내 최초로 역삼투 멤브레인(RO) 생산에 성공한 이후 꾸준히 시장을 넓혀 최근 세계시장 점유율을 4위권 안으로 끌어올렸다. 4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 RO생산 설비를 준공하고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 웅진은 세계 수처리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을 직접 공략해 종합필터메이커로서의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제일모직도 수처리 산업용 멤브레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제일모직은 경기 의왕의 연구개발센터에 멤브레인 파일럿 생산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향후 멤브레인을 이용한 에너지, 의료, 이차전지분야에서의 사업기반도 확보할 예정이다. 제일모직은 멤브레인 관련 사업 매출을 2020년까지 5,000억원 규모로 키울 구상이다.

연료전지용 멤브레인의 경우 한국화학연구원, 코오롱 등이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기술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탄화수소계 소재를 원료로 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장 앞선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고어사의 기술이 불소계 소재를 원료로 하고 있어 성능대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코오롱은 여기에 더해 150도의 고온에 견디는 연료전지용 내열성 소재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멤브레인 시장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들도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며 시장 지키기에 나고 있다. RO분야 1위인 다우케미컬은 최근 시장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8,800만달러를 투자해 미국 내 RO와 나노 멤브레인(NF) 생산능력을 25% 늘렸다. 이차전지용 멤브레인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인 아사히카세이는 전지용 멤브레인의 생산 능력을 연간 2억㎡ 규모로 대폭 늘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인공신장용 멤브레인 생산에도 힘을 쏟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이 적극적인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도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투자를 통해 경쟁력 확보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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