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그룹의 정ㆍ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는 29일 은진수(50) 전 감사원 감사위원(차관급)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 사건 관련 의혹에 연루돼 차관급 인사가 검찰에 소환된 것은 처음이다. 검찰은 30일 새벽 은씨를 조사 도중 긴급체포 했으며 이르면 이날 오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에 따르면 은씨는 김양(59ㆍ구속기소) 부산저축은행그룹 부회장의 최측근이자 이 은행의 대외 로비 창구로 알려진 브로커 윤여성(56ㆍ구속)씨로부터 금융당국의 검사 무마 또는 퇴출 저지 등의 청탁과 함께 거액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은씨는 자신의 친형 현수(54)씨와 함께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1억~2억여원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29일 감사원으로부터 감사위원회 회의록 등 관련 자료들을 임의제출 받아 검토한 결과 은씨가 회의에서 부산저축은행에 우호적인 발언을 여러 번 했던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2005~2006년 부산저축은행과 고문변호사 계약을 맺었던 은씨가 부산저축은행 검사와 관련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은행 측에 정ㆍ관계 고위 인사들을 소개해 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했는지 등을 강도높게 추궁했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이 은씨 외에 감사원의 다른 감사위원에게도 감사 무마 청탁을 했을 수 있다고 보고, 관련 정황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오전 11시 검찰에 출석한 은씨는 "심려를 끼쳐 죄송하고, 검찰 수사와 재판이라는 사법절차에 따라 진실이 밝혀지도록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금품 수수 의혹 등에 대해 "다소 사실과 다른 언론 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부인했다.
대검 중수부는 부산저축은행의 2대 주주인 박형선(59ㆍ구속) 해동건설 회장이 2008년 부산저축은행의 특수목적법인(SPC)에 대한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과 관련, 해당 조사를 담당했던 광주국세청 산하 서광주세무서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았다. 검찰은 박 회장이 로비 대가로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받은 1억5,000만원을 누구에게 전달했는지 등을 추적 중이다.
한편 삼화저축은행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 이석환)는 신삼길 명예회장으로부터 검사 무마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김장호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이번 주 중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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