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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SNS가 불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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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SNS가 불편해

입력
2011.05.2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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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위력을 실감한 것은 2년 전 이란에서 민주화 시위가 일어났을 때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패배한 개혁파 후보 미르 호세인 무사비의 지지자들이 트위터를 연락 수단으로 삼아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에 나섰던 것이다. 한 시위자가 "트위터가 없다면 세계와 단절된 것"이라고 말한 것은, 신문과 TV 등 기존 매체가 정부 통제에 들어간 상태에서 트위터가 시위대에게 얼마나 자유롭고 절실한 수단이었는지를 보여준다.

SNS가 나라 안팎에서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오는 메신저 역할을 한 것으로 거론되는 사례는 이것 말고도 많다. 지난해 6·2지방선거, 올해 4·27지방선거에서는 자신의 투표 모습을 촬영한 뒤 '인증샷'을 SNS에 올리거나 짧은 문자로 투표를 독려하는 바람이 불었다. 꼭 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투표율이 예상보다 높았고 다이내믹한 선거 결과가 나온 것 또한 사실이다. 올해 일어난 아랍권의 민주화 운동 역시 SNS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언론들은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2년 전 이란 시위 때와 마찬가지로, 시위대들은 이번에도 SNS를 주요 통신수단으로 삼았다.

과도한 평가로 본질 흐려

이제 SNS는 21세기의 문화코드이자 소통양식으로 자리잡았고 변화와 젊음의 또 다른 표현이 된 것 같다. 가끔 나이 든 작가나 재벌 기업인이 글을 올려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은, 나이와 계급에서 SNS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의 행동을 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으로 SNS는 그만큼 성격이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거리낌 없고 분방하며 앞 뒤 재지 않는다는 점에서 SNS가 매력적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SNS가 불편하다는 사람들이 있고 나 역시 그 중 한 명이다. 해본 적이 없는데도 선뜻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온라인 문화에 대한 부자연스러움이 남아있는 게 근본적인 이유인 것 같다. 물건도 직접 눈으로 보고 사는 게 마음 편하다. 인터넷 뱅킹도 부담스러워 여유만 있다면 은행 창구까지 찾아가 거래를 하고 싶다. 영화 표 예매도 전화가 편하지 인터넷은 피하고 싶다. 하고 싶은 말은 만나서 하거나 전화가 좋다. 디지털 사용 능력이 떨어지고 직접 대면을 하지 않으면 불안을 느낀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래도 오프라인이 좋다. 어렵게 적응한 디지털 세상, 웬만하면 이 정도에서 멈추고 싶은데 SNS가 나온 것이다.

SNS에 대한 과다한 평가도 불편하다. 많은 사람이 SNS가 세상을 바꾼다고 말하는데 그것이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변화에서 SNS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기여를 했는지는 밝혀진 게 많지 않다. 도리어 트위터의 역할을 강조하다 보면, 트위터를 사용하지 않은 채 이란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의 역할은 과소평가될 수 있다. 심지어 이집트 민주화 운동을 SNS혁명이라고 부르는 것이 본질을 호도한다는 주장도 있다. 유달승 한국외대 교수는 이집트 인구의 20% 만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44%가 문맹인데 어떻게 SNS가 혁명의 주역이 될 수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그런 식의 명칭이 혁명의 성격을 흐리게 한다고 주장했다.

사적이면서 사적이지 않은

SNS를 통한 사생활의 교류 역시 생각해볼 점이 많다. 한국의 선거나 이란, 아랍권의 민주화 시위 등에 사용됐듯 SNS에는 사회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는 개인의 일상 이야기가 훨씬 더 많다. 시시콜콜한 사담을 주고 받는 것인데 거기에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이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자신의 사적 경험을 올리면서 다른 사람과 위로를 주고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상처를 주고 받을 수도 있다. 한 아나운서의 자살은 SNS가 남의 사생활에 어떤 식으로 개입하는지, 그래서 어떤 상처를 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러니 사적이면서도 사적이지 않은 공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유쾌하게만 여길 것은 아닌 것 같다.

박광희 편집위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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