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을 둘러싼 검ㆍ경 갈등이 재현됐다. 지난달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위에서 여야는 경찰에 수사 개시권을 부여하고 검찰에 대한 복종의무를 폐지키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미묘한 반전 움직임이 나타나자, 조현오 경찰청장은 지방청장들에게 "수사권 조정에 직위를 걸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검찰 수뇌부가 "조폭 행태"라고 강력 비판하면서 두 기관의 감정 대립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DJ 정부 이래 벌써 몇 차례나 보아온 광경이다.
다만, 과거 갈등이 수사권과 소추권 분할이라는 큰 원론을 둘러싼 충돌이었던데 비해 이번에는 검찰의 수사통제 골격은 유지하되 현실 여건을 반영, 최소한의 경찰 권한을 인정하는 절충적 각론의 충돌이라는 점이 다르다. 사실 이번 사개특위의 수사권 조정안은 검찰의 수사통제권을 가장 폭 넓게 인정하는 대륙법계통 국가들도 채택하고 있는 최소한의 경찰 수사권 범위를 넘지 않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양측이 격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번 수사권 조정이 추후 수사권 분리로 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견제와 균형, 책임의 원칙은 국가형벌권을 다룰 때도 다를 것이 없다. 실제로 경찰이 전체 사건 수사의 98%를 맡고 있고, 검사는 그 대부분 사건에서 형식적 기능만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과 지나치게 괴리된 시스템은 손을 댈 필요가 있다. 이 점에서 사개특위의 절충형 조정안은 대체로 무리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법리와 현실을 떠나 검ㆍ경 논쟁에서 가장 마땅치 않은 것은 양측 모두 이기적 이해를 숨긴 채 국민 서비스론을 들먹이는 것이다. 오랜 기간 줄곧 국민이 불신하는 대표적 국가기관으로 비판 받아온 검ㆍ경이 저마다 공정수사, 인권보호 등의 명분을 내세우는 것은 아무런 감동도 설득력도 없다. 유독 이 문제에 국민이 냉소적인 것은 어느 쪽에도 기대할 게 없다는 지독한 불신의 반영임을 깨달아야 한다.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반성과 다짐이 진정한 수사권 논쟁의 출발점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