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10년 내 사람을 달로 보내겠다"고 선언, 국민 자존심을 건 우주 경쟁의 막을 올렸다. 지난 주 이 역사적 선언 50주년을 기념하여 그의 조카인 패트릭 케네디 전 하원의원은 또 다른 도전을 선언했다. 바로 '마음으로의 달 여행'을 위해 뇌과학 진흥의 봉화를 올린 것이다.
우리 인체에서 가장 복잡한 기관이자 '내부 우주'로 불리는 뇌는 다른 분야에 비해 알려진 것이 적다. 뇌는 1,000억 개의 뉴런과 1,000조(兆) 개의 시냅스 연결로 이루어진 복잡계로,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고도의 인지 기능을 수행한다. 어떤 뉴런과 뇌 회로가 인지 기능과 질환에 어떻게 관련되는 지 밝혀내는 것은 뇌에 대한 접근성의 어려움 때문에 난제로 남아 있다. 다양한 분야 연구자들이 모여 뇌에 대한 융합 연구를 수행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케네디가 주창한 'One Mind for Research' 캠페인은 뇌 연구자, 정책입안자, 기부자들이 마음을 모아 치매부터 자폐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까지 뇌에 대한 모든 연구를 하자는 것이다. 향후 10년간 정부지원 100억 달러와 민간기부 5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보통 뇌 연구가 질환별로 분류되는 경향이지만, 뇌 전체에 대한 통합적 이해 증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를 들어 파킨슨병 연구가 간질 연구에 도움을 주는 등 뇌 질환 치료법을 찾는 노력을 함께 하도록 동기 부여를 하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1998년 '뇌연구촉진법'을 제정하고 범정부 차원의 1차 뇌연구촉진기본계획을 수립하여 대학과 연구소를 중심으로 다양한 뇌 공동연구와 연구인력 확대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아직 뇌 연구 투자는 미국 일본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뇌 연구 인프라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이 월드사이언스포럼에서 10년 내 '뇌 연구 7대 강국'에 진입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하였고, 정부도 2차 뇌연구촉진기본계획을 통해 10년간 1조5,000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국가 차원의 뇌 연구를 이끌 '한국 뇌연구원'은 과학 분야의 마지막 블루오션으로 여기는 뇌 연구를 아우를 첫 국가전문연구기관으로 과학계의 기대가 크다.
한국뇌연구원 설립은 마무리 단계에 있다. 첨단의료복합단지와 과학비즈니스벨트 등 초대형 국책사업과의 복합적 고려로 늦어졌지만, 국가적 뇌 연구의 핵심 인프라가 조속히 정착되기를 과학계는 바라고 있다. 이 연구소의 성공을 위해서는 우수한 학제간 연구인력 확보, 수월성 기반의 융합연구, 두뇌산업 창출을 위한 산학연 연계체제의 정착이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뇌의약학, 뇌과학, 뇌공학, 뇌인지과학 등 4대 분야의 연구 인프라가 구축되고, 전국의 우수한 뇌과학자나 뇌연구소들이 참여하는 개방형 네트워크로 운영되기를 기대한다.
한국뇌연구원이 설립되면 '뇌연구 7대 강국' 목표의 조속한 달성을 위하여 기존 뇌연구촉진기본계획을 재조정하고 뇌 연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학제간 분야의 국내 뇌과학 연구자들이 좀 더 조직화되고 전국의 뇌 연구 역량을 효율적으로 결집한 협력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
이제 '마음으로의 달여행'을 위한 세계적 경쟁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이 야심 찬 세기의 도전을 위해 우리도 한 마음으로 뇌 연구 캠페인을 펴나가자.
김승환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아태이론물리센터 사무총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