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교육의 원가 절감을 바라는 사회적 욕구의 반영이 아닌가 한다. 또 한편에서는 교육의 품질 논쟁이 뜨겁다. 산업계에서는 대학 교육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다. 대학 졸업생의 재교육 비용이 연봉을 훌쩍 넘는다. 교육의 문제를 나열하면 한이 없을 것이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교육이 사회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의 욕구와 거리 먼 교육
사회 변화를 반영하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이 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혁명이 초래하는 또 하나의 사회적 변화는 교사와 학생의 근본적 역할 변화일 것이다. 과거 교사들이 제공하던 교과서적 지식들은 이미 인터넷에서 언제 어디서나 1분 이내에 제공받을 수 있다. 이제는 학생과 선생 사이에 지식컨텐츠 접근성의 차이가 사라지고 있다. 당연히 이를 반영한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이른바 교육 3.0이다.
교육 3.0은 교사 중심에서 학생 중심으로 교육이 이동한다는 데서 출발한다. 교육 3.0은 혁신 중심의 실제 사회업무 변화에 걸맞은 교육을 제공하고자 한다. 무엇보다교육 3.0은 반값 등록금과 같은 교육의 경제성 제고에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GELP(Global Education Leader's Program)라는 컨소시엄이 지난해 결성되어 전세계적으로 교육 3.0의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도 가입하여 내년도 세계대회를 개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카이스트도 20일 교육 3.0을 주제로 국제포럼을 개최했으며, 이미 작년부터 교육3.0을 기반으로 한 혁신적 영재 교육을 특허청 지원으로 실험하고 있다. 이에 대한 경험이 교육의 고품질ㆍ 고효율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기업이 학교 교육에 실망하는 문제의 본질은 실제 사회업무의 변화를 교육이 따라가지 못하는데 있다. 반복적인 개인 지향적 업무가 반복되지 않는 집단 협업적 업무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과거의 기록인 교과서적 컨텐츠에서 혁신을 이끄는 창조성과 협업 역량으로 교육의 핵심이 이동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배움의 지식자체보다도 이를 창출해 가는 과정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한 사회가 된 것이다.
그래서 카이스트 영재교육은 프로젝트 중심 교육으로 전환하였다. 교사의 역할은 화두를 던지고 질문에 대한 멘토를 한다. 전체 교육시간의 20% 수준이다. 학생들은 소그룹으로 협동하며 미래 교과서인 인터넷을 활용하여 문제를 찾고 대안을 제시한다. 이 과정에서 창조성을 발현하고 협업을 배운다. 그래서 이 과정을 CC 캠프(creativity and collaboration camp)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몰입을 통한 창조의 기쁨을 맛보기에 힘들면서도 행복해진다. 이 시간이 70%이다. 마지막으로 전체 팀이 모두 모여 자신들이 찾은 주제를 발표하고 서로 평가한다. 소위 집단 평가이다.
정답이 없는 문제를 평가할 전문가의 한계로 정답 중심의 시대착오적인 현재의 교육이 지속되어 왔다. 그러나 적절한 집단 평가는 전문가 못지 않게 탁월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집단 평가는 마지막 10%의 시간에 다른 팀들의 고뇌를 통한 학습을 압축 학습하는 효과가 추가적으로 주어진다. 이 캠프를 마치면 학생들은 한 달에 한 번하는 다음 캠프를 손꼽아 기다린다. 공부가 행복을 주다니...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으로
이러한 교육 3.0은 영재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화두의 제공은 다양한 방식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유튜브나 슬라이드쉐어와 같은 교육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원격으로 유비쿼터스 교육이 가능하다. 멘토의 역할은 소셜 미디어가 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강의를 산간벽지에서도 수강할 수 있다. 그리고 팀 프로젝트를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집단 평가를 하면, 시대에 맞는 고품질 교육을 반값 등록금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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