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파문 이후 처음으로 29일 재개된 K리그. 각 구단 사령탑들과 선수들은 이날 열린 12라운드에 앞서 이번 사태에 대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성남과 대전, 인천, 경남 등 4곳에서 열린 K리그에서는 경기 전 선수단이 '스포츠 불법 행위 근절 및 예방을 위한 부정 방지 선서'를 하면서 자세를 낮췄다. 각 구장에는 'K리그를 사랑하는 팬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라는 현수막을 걸고 축구팬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최근 소속팀 선수 8명이 승부 조작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검찰의 조사까지 받은 왕선재 대전 시티즌 감독은 전북 현대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지도자가 선수들을 잘 지도하지 못했다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왕 감독은 "분명히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됐다. 그러나 이왕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축구가 발전하는 한 과정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베테랑 수문장 최은성(40)은 경기가 끝난 후 기자회견장에서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팀을 대표해 사과 말씀을 드린다. 이기기 위해서라기 보다 살기 위해 뛰었다"고 눈물까지 보였다.
대전은 선두 전북을 맞아 2-1로 앞서는 등 선전했지만 후반 막판 2골을 허용하며 2-3으로 졌다. 경기 종료 후 대전은 승부 조작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김윤식 사장 이하 팀장급 구단 직원과 왕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염홍철 대전 시장에게 일괄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발표했다. 또 대전은 사건 자체 조사를 위한 특별팀을 구성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축구 전문가와 시청 공무원, 서포터 대표 등이 포함된다.
허정무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도 인천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전에 앞서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면서"승부조작 사건이 터진 만큼 깨끗이 털고 가야 한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태국도 승부 조작 사건이 발생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중국도 고전을 하는 이유가 도박 문제"라면서 "검찰이 조사 중이니까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 이번 기회에 K리그에 남아있던 승부 조작 문제가 정화되길 바란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은 수원을 2-1로 꺾고 5승4무3패(승점 19)로 상위권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반면 수원(4승2무6패ㆍ승점 14)은 최근 K리그 6경기에서 1무5패로 부진의 늪에 빠졌다.
인천=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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