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일본 규슈(九州)에 상륙한 태풍 2호 ‘송다’가 도호쿠(東北) 지역에까지 많은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는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비로 인한 피해 뿐만 아니라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 경우 방사성 물질의 대량 유출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본 NHK 방송은 도쿄(東京)전력이 방사성 오염수를 보관할 수 있는 부유식 저장탱크 ‘메가플로트(Mega Float)’를 제1원전에 고정시켰다고 이날 보도했다. 길이 136m, 폭 46m의 철제 인공섬인 메가플로트는 내부에 최대 1만t의 물을 채울 수 있으며, 장마철을 앞두고 도쿄전력이 시즈오카(靜岡)시로부터 빌린 것이다. 도쿄전력은 원전 주변의 오염수를 이곳으로 옮겨 장마철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제1원전 지하와 터빈건물, 외부 작업터널 등에 고여 있는 방사성 물질 오염수는 지난 16일 현재 8만5,000t으로, 오염수 처리에만 약 7,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또 원자로 냉각 작업에도 영향이 없도록 하기 위해 전기 시설이 갖춰진 건물 주변을 흙으로 쌓거나 문을 밀폐하는 등 방수에 애쓰고 있다. 각종 장비가 침수되지 않도록 높은 곳으로 옮기는 한편 기자재가 태풍에 날아가지 않도록 고정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후쿠시마 제1원전 1~4호기는 사고 당시 수소 폭발 등으로 지붕과 벽이 무너진 상태여서 빗물에 쓸린 방사성 물질이 대량으로 바다에 흘러들 가능성이 크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부근에선 이날 밤부터 비가 강해진 뒤 30일까지 폭풍을 동반한 국지성 호우가 예상된다.
한편 일본 문부과학성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파괴된 후쿠시마 원전 부근 대륙붕에서 기준치의 수백 배에 달하는 방사선량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문부과학성 발표에 따르면 미야기(宮城)현 게센누마에서 치바(川葉)현 초시에 이르는 300km의 연안 대륙붕 지역에서 고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는데 해산물 안전에도 위험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월 9일부터 14일까지 조사가 실시돼 12개 지점에서 요오드와 세슘이 검출됐다. 그러나 문부과학성은 검출된 방사선량의 정확한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이는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가 후쿠시마 인근 해역의 방사선량을 독자적으로 조사, 지난 26일 발표하자 뒤이어 공개된 것이다.
앞서 그린피스는 원전에서 20km 이상 떨어진 해역의 해저 생태계에서도 기준치 이상의 방사선량이 검출됐다고 주장했다. 그린피스는 해초에서 허용치의 50배 이상의 방사선량이 검출됐으며, 이는 해양 방사성 물질 오염이 사람과 환경에 장기적으로 미칠 위험에 대해 심각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