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초ㆍ중ㆍ고교 65곳의 학생 5,352명의 표본을 대상으로 자체 개발한 ‘서울형 학생행복지수’를 측정한 결과, 성적이 높을수록, 또 가정의 경제수준이 높을수록 행복지수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29일 발표했다.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행복지수는 낮아졌다.
행복지수는 학교생활ㆍ가정생활ㆍ자아에 대한 만족도와 전반적인 행복 정도를 묻는 설문 조사를 통해 산출되며, 설문지는 초등학교와 중ㆍ고교용 두 가지로 구분된다. 설문내용은 학교생활ㆍ가정생활ㆍ자신ㆍ전반적 만족도 등 네 가지 영역에 대해 문항별로 ‘1(전혀 그렇지 않다)~5(매우 그렇다)’의 5점 척도로 평가하도록 구성돼 있다.
시교육청은 다음달부터 이 같은 학생 행복지수 평가방법을 일선 학교에 보급해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교육정책을 수립하는데 활용하기로 했다. 또 각 학교 웹사이트에 설문 페이지로 갈 수 있는 인터넷 링크를 설치하고, 일반인도 이 링크를 통해 각 학교의 평균 행복지수를 볼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매년 조사하는 ‘어린이ㆍ청소년 주관적 행복지수’에서 2009년부터 3년 연속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시교육청이 일선 학교 보급에 앞서 실시한 표본조사에서는 성적이 상위권인 학생들의 행복지수 평균이 100점 만점에 71점, 중위권은 62점, 하위권 학생들은 54점으로, 성적이 높을수록 행복지수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정의 경제적 수준에 따라 분류하면 경제 수준이 상위에 속하는 학생은 행복지수 평균이 73점인 반면, 중위 그룹은 61점, 하위층은 53점이었다. 또 초등학생 행복지수 평균이 75점으로 가장 높았고, 중학교는 61점, 고등학교는 56점으로,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학교생활의 행복도가 떨어졌다. 지역별로는 성동교육지원청 학교들이 65점으로 가장 높고 남부교육지원청이 59점으로 가장 낮았으나 지역별 편차는 크지 않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전반적인 학생 행복지수가 높은 편이 아니지만, 행복지수 조사를 계기로 일선 학교들이 학생 존중의 가치를 더 중시하게 하고 정책 개발을 위한 과학적 자료를 확보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교사들은 학생의 행복감을 높이려는 목표에는 동의하지만 새로운 ‘학교 서열화’의 부작용을 나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행복지수를 학교별 지역별로 공개할 경우 뒤처지지 않으려는 학교들 간의 경쟁이 벌어져 오히려 학생에게 새로운 부담을 지울 수 있으며, 자칫 학교가 학생의 모든 요구를 들어 주고 결국 방임을 유도할 수 있다”며 “체벌금지와 같은 문항을 학생 만족도에 넣은 것은 서울시교육청의 현 정책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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