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이 공동 주최하는 문장청소년문학상 2011년 4월 시 장원에 정규연(대입 준비생ㆍ필명 베누)양의 ‘친절한 별다방의 그녀’가 선정됐다. 이야기글에서는 송현구(이우고ㆍ필명 holyghc)군의 ‘지금, 죽으러 갑니다’, 생활글에서는 한서현(성심여고ㆍ필명 장미나무)양의 ‘유익하고 즐거웠던 김유정 문학기행’, 비평ㆍ감상글에서는 이주영(풍문여고ㆍ필명 포도)양의 ‘귀천’이 각각 월 장원에 뽑혔다. 당선작은 ‘문장 글틴’ 홈페이지(teen.munjang.or.kr)에서 볼 수 있다. 한국일보사 문화예술위 국어교사모임은 문장 글틴 홈페이지를 통해 연중 온라인으로 청소년의 글을 공모하고 있다.
친절한 별다방의 그녀
정규연(대입 준비생)
어서오세요 신선한 커피와 함께하는… 산뜻한 환영인사가 입에 붙은 그녀는
이번 달에도 어김없이 매장 내 최우수 직원이야
그녀는 언제 어디서든 친절하지
눈두덩 시뻘겋게 칠한 금자씨도 그녀에겐 비할 바가 못 되는 것을
원두의 질과 산도를 운운하며 품에 안은 강아지의 꼬리털을 배배 꼬는 여자
껌을 씹다가 혀도 씹었는지 반말로 찍찍 주문하는 여고생
비싼 값 받으면서 손님을 오라가라 한다며 진동벨을 던지는 아저씨
그 누구도 그녀의 미소가 활짝 피는 것을 막지는 못 해
자긴 어쩜 그렇게 성격이 천사 같애? 묻는 점장님에게
그 개새끼 꼬리털을 확 뽑아버린다든가
그 여고생 콧구멍을 껌으로 콱 틀어막아버린다든가
그 아저씨 손가락을 단번에 꺾어버린다든가, 하는 상상을 하면 된다고 애써 말씀드릴 필요란 조금도 없겠지
시럽 병과 스트로우가 깔끔하게 정돈된 카운터 옆엔 오늘도 꽃이 피듯 웃는 그녀의 사진
그 옆에 인쇄된 역시나 친절한 안내글
친절한 직원의 사진 아래에 스티커를 붙여주세요 고객님의 소중한 의견을 모아 최우수 직원으로 선정된 직원에게는 소정의 상여금이 지급됩니다
점장님도 모르고 스티커를 붙이는 손님들도 모르지
전액 장학금을 받아도 휴학을 밥 먹듯이 하고 하루 알바를 세 탕 뛰는 그녀는 소녀 가장이야
그녀의 예쁘게 올라간 입꼬리 양 끝엔 동생들이 한 명씩 대롱대롱
아무도 모르게 과격한 상상을 조금씩 한다고 해서
별다방 알바 일년차 그녀가 천사가 아니라고
너는 감히 말할 수가 없을 거야
▦심사평
현실은 늘 엄혹한 것이라는데, ‘별다방 그녀’의 웃음은 능청과 너스레에 물들어 있다. 누구보다 힘든 가운데 누구보다 유연한 처세의 꽃을 피워 냈다 해야 하나. 우리 그 상상의 힘으로 견디는 삶의 시를 배우러 ‘별다방 시인학교’로 놀러가자구요. 유종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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