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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하니 주가 뚝… 미덥잖은 스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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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하니 주가 뚝… 미덥잖은 스팩

입력
2011.05.29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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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수ㆍ합병이 유일한 목적인 스팩(SPACㆍ기업인수목적회사)이 정작 기업을 인수하기로 결정하면 주가가 급락하는 일이 연달아 벌어지고 있다. ‘최대 호재’여야 할 소식이 이상하게도 ‘악재’가 돼 버리는 셈. 게다가 공모가(2,000원) 이하로 공개매수가가 정해진 첫 사례가 등장해, 합병에 반대해도 원금은 보장되는 줄 알았던 투자자들이 당황해 하고 있다.

합병 후 거래 재개하면 폭락

29일까지 합병에 성공한 스팩은 모두 4곳. 대신증권그로쓰스팩, HMC스팩1호, 신영스팩1호, 부국퓨쳐스타즈스팩 등이다. 터치스크린 패널과 신소재 제조기업인 선텔을 합병한 대신스팩은 지난달 ‘스팩 합병 1호’로 관심을 받았지만 거래를 재개한 첫날 주가가 7%나 떨어졌고 지금까지도 합병 전에 비해 10% 정도 떨어진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합병 공시를 한 후 최종 승인을 받고 24일 거래를 재개한 HMC스팩과 신영스팩도 거래 재개 당일 각각 12%와 14.37% 주가가 폭락했다. HMC스팩은 자동차 부품업체 화신정공, 신영스팩은 자전거업체 알톤스포츠와의 합병을 결정했다.

이처럼 합병 후 주가 급락의 가장 큰 원인은 합병 대상 기업의 낮은 인지도. 신영증권 관계자는 “합병한 비상장기업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기 때문인 것 같다”며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알톤스포츠의 기업가치를 홍보하면 주가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3곳 모두 시장의 기대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을 합병하면서 주가가 하락한 것 같다”며 “좋지 않은 시장상황도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합병 반대 시 매수청구가도 논란

26일 합병을 발표한 부국퓨쳐스타즈스팩은 매수청구가와 관련한 논란에 휩싸였다. 부국스팩은 R&D 제조기반 정보보호시스템 전문기업인 프롬투정보통신과 합병을 결의했다. 하지만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을 사들이는 조건으로 제시한 매수청구가(1,832원)가 공모가(2,000원)보다 낮아 문제가 됐다. 스팩 합병 후 매수청구가를 공모가보다 낮게 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일반 주식과 달리 스팩은 공모자금을 별도로 은행 등 금융기관에 예치해 두었다가 합병에 실패할 경우 원금을 전액 투자자에게 돌려주게 돼 있다. 이 때문에 합병에 성공할 경우 반대하는 투자자에게 주어지는 매수청구 가격도 공모가보다 높게 정해지는 게 관례였다. 예를 들어 합병 1호였던 대신스팩은 매수청구가격이 2,007원이었다.

그런데 부국스팩처럼 공모가보다 매수청구가격이 낮게 정해지면, 최근 주가가 낮을 때 산 투자자들은 괜찮지만 지난해 말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는 무조건 손해를 보는 결과가 생긴다.

투자자들의 항의가 불 보듯 뻔한데도 부국증권이 매수청구가격을 낮게 정한 것은 시가(합병 공시 직전 거래일 1,805원)와 공모가의 큰 격차 때문. 가격이 낮은 상황에서 매수청구가격을 공모가 수준으로 정할 경우, 주주들이 합병에 반대하지 않아도 대거 매수청구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몇몇 전문가들이 ‘스팩은 공모가에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시가가 공모가 이하라면 투자할 만하다’고 말해 왔지만 이번 부국증권 사례로 이 같은 관례가 깨진 셈”이라면서 “합병 직후 주가 급락 사례 등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이 스팩에 투자할 때 좀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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