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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봄날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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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봄날은 갔다

입력
2011.05.29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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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전문지에서 시인들의 애창곡을 묻는 설문 조사가 있었다. 내게도 그 설문지가 와서 답을 했다. 10인 10색의 답이 나올 것이라 예상했는데 100여명 시인들의 70% 가까이 ‘봄날은 간다’를 애창곡으로 내세웠다. 의외의 결과에 시인들뿐만 아니라 독자들도 놀랐다. 나도 ‘봄날은 간다’를 애창곡으로 꼽았다. 손로원 작사 박시춘 작곡의 ‘봄날은 간다’는 작고한 가수 백설희씨가 제일 먼저 불렀다. 나는 오래 전 ‘전원일기’란 TV 드라마에서 최불암씨가 극중에서 중저음으로 나직하게 부르는 ‘봄날을 간다’는 노래를 듣고 반했다. 그 뒤 백설희 한영애 장사익씨의 노래를 들어봤지만 최불암씨의 그 노래만큼 내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봄날은 간다’는 꽃잎이 날리는 꽃나무 아래서 부르면 좋다. 노래는 3절까지 있다. 1절은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로, 2절은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로, 3절은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로 시작된다. 하얀 꽃잎이 눈처럼 날리는 날, ‘봄날은 간다’를 3절까지 불러 보는 맛은 쓸쓸해서 좋다. 하지만 봄이 언제 찾아오고 언제 떠나는지 알지 못하는 요즘 날씨에 이 노래를 불러야 할 때를 모르겠다. 봄의 끝인 5월이 다 가는 어제 서울의 한낮 날씨가 30도라고 한다. 좋아하는 노래 한 곡 부를 시간도 없이 여름이 시작되었다.

시인ㆍ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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